나는 오히려 집에 있다. 작은 방에 벽걸이 에어컨에 기대어 연일 쏟아지는 각 매체의 기사를 읽기도 하고, 신간을 찾아 눈요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드문드문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린다. 지금은 대청호인, 수몰된 동면이 부친의 고향으로 방학 때마다 갔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작은아버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그곳이 그 시절 내게는 최고의 쉼터였다.
사촌들과 어울려 냇가에서 물놀이했던 추억은 늘 정겹다. 그때 생각은 때때로 삭막해지려는 내 마음을 다독인다. 그렇듯 어릴 적 체험은 잊히지 않는 것 같다. 동식물을 대하는 데도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낸다면 호기심도 생기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일환으로 요즘은 생태 학습을 위한 농장이나 새집 등 동물 농장을 견학해서다.
나는 어디든 너무 복잡한 곳은 좋아하지 않기에 외국 여행을 가도 시즌을 비켜서 가는 편이다. 매번 새로운 곳을 찾아가기보다는 갔던 곳 중에 인상 깊었던 곳을 다시 가는 편이다. 특히 미서부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간다. LA 도착은 항공편도 많고, 사계절 여행객도 많아서 여행 일정을 잡는 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보니 자연 선호하게 된다. 특히 LA는 사계절 날씨도 좋지만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 있어서 여행 중에 차창으로 바라보는 경치도 좋다,
미국 서부 여행 일정 중에는 대개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포함되어 있는데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으로 나 또한 매번 갈 때마다 들르곤 한다.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산맥 서부에 위치한 국립공원이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하는 이 공원의 면적은 3,026.87㎢이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요세미티는 화강암 절벽, 폭포, 깨끗한 개울, 자이언트 세쿼이아 숲, 호수, 산맥, 목초지, 빙하, 생물 다양성으로 국제적인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이 공원의 약 95%가 자연 보호 구역이다. (참고 /위키백과)
그곳의 짙푸른 숲과 내리쏟아지는 폭포가 눈에 선하다.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그곳, 그럴 수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그중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 중 한 군데가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 높이 739m)다. 요세미티에서 제일 높은 폭포이며, 동시에 북아메리카에서 제일 높은 폭포이기도 하다.
그날도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일행과 함께 요세미티 폭포로 갈 때였다. 무심코 다리 위로 계곡을 건너가는데, 바로 옆에 통나무 외나무다리 위로 어린 형제가 건너고 있었다. 5, 6세 정도의 어린 형제 중 형인 듯한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건넜다. 하지만 동생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모습으로 엎드린 채 통나무를 부여잡고 간신히 조금씩 움직였다. 다리 아래는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리 건너에서 아빠는 별 동요 없이 작은아이한테 시선을 두고 있고, 엄마는 좀 더 떨어진 곳에서 역시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가 다리를 다 건너자 가족은 별다른 동요 없이 나란히 폭포를 향해서 걸었다. 나는 가끔 그들 생각이 난다. 그들은 살면서 어떤 어려운 일을 마주쳐도 당당히 맞서서 잘 견뎌 나갈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주시하던 젊은 부모도 참 대견했다. 산 교육인 셈이다.
한번은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 National Park)에 갔을 때였다.
그랜드 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주 북서부 고원지대가 콜로라도강에 침식되어 생긴 협곡이다. 이 계곡이 유명한 이유는 엄청난 규모와 아름다움이기도 하지만 지질학적으로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콜로라도강의 빠른 물살과 엄청난 교류량이 많은 양의 진흙과 모래, 자갈 등을 운반했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 특성상 건조한 날씨가 유지되어 빠른 협곡 생성이 가능했다. (참고/나무위키)
그날도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걸으며 드넓은 협곡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몇 번 갔지만 갈 때마다 새롭고 신기했다. 불가사의하면서도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장소라고 하니 마냥 신비스럽기조차 했다.
그렇게 한참을 넋이 빠진 채 광활한 협곡에 취해 멍하니 있는데 문득 뒤편 낮은 언덕 같은 곳에서 세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멀리 협곡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양옆에는 아빠와 엄마가 서 있었다.
그곳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이 북적이는 곳이다. 너나없이 사진 찍느라고 갖은 표정과 포즈가 북적이는 그곳에서 차분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이 도리어 신기했다. 아이들은 아마도 그 시간이 영원히 화석처럼 남을 것 같다. 굳이 학습 효과를 바라서는 아니었을지라도 유년기의 체험 학습은 자연히 됐을 것 같다.
그날은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협곡이 더욱더 대견해 보였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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