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집무실 안,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유훈 바로 아래 자리한 여섯 개의 찻잔. |
▲사례 1.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집무실 안에는 여섯 개의 유리 찻잔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유훈 바로 아랫니다. 찻잔 옆에는 차를 끓이는 티포트가 있다. 내방객(또는 직원들) 스스로 차를 가져다 마시면 되도록 해놓았다. 김동연 지사가 찻잔 '운반 서비스'를 하는 일도 있다.
집무실에 찻잔 세트를 갖춰 놓은 이유가 있다. 여 비서관들이 일하다 말고 차 심부름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차 나르는 여비서? 김동연 지사 집무실엔 존재하지 않는다.
▲사례 2.
김동연 지사는 재임 중 수차례 출산 휴가를 앞둔 여직원을 직접 찾아가 응원과 함께 선물을 줬다. 선물은 '도지사 피자 사용권'. "출산이란 소중한 결정을 축하하고, 휴가를 다 쓰고 복귀해도 인사에 불이익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상징적 선물이었다. 김 지사는 실제로 인사파트에 출산으로 인해 근무성적평정, 보직, 승진 등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차례 지시하는 등 직접 챙기고 있다.
▲김동연 지사의 '반전 동영상'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주 금요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김동연 지사의 동영상이 화제다. 사실은 '격노(?)' 동영상이 아니라 '반전' 동영상이다. 격노(?)는 일부분일 뿐 1차 반전(유리천장깨기)에 이어 2차 반전("너무너무 배가 고파...")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면 브리핑 모두에 두 개의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해당 동영상에 나오는 김동연 지사의 발언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가 아니라, 맥락이 있고, 일관성이 있는 것이었음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이다.
동영상이 언제 일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참고로 해당 동영상 속 회의는 꽤 오래전(약 3~4개월 전)이다. 영상 속 김동연 지사의 셔츠가 긴 팔임을 주목하라.
도지사 주재 공식 회의는 기록 및 공유를 위해 촬영을 하곤 한다. 당시 회의도 촬영을 맡은 비서관이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일부에 공유한 뒤 보관 중이던 것을 이번에 위에 언급한 메시지 등을 전하기 위해 올린 것이다. 애초 인스타그램에 올리려 촬영한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이미 몇 달 전에 올라왔을 것이다.
▲반전 동영상, 의미있는 댓글 의견들
언론보도도 있었지만, 김동연 지사의 인스타그램 '반전 동영상'에는 6일 오전 9시 40분 현재 '좋아요'가 6976개, 댓글이 534개가 달렸다.
댓글 534개를 모두 살펴봤다. 10여 개 정도만이 악플을 포함해 부정적(약 2%)인 반응이었고, 98%에 이르는 댓글이 긍정적이었다.
긍정댓글의 압도적 내용은 1. 김동연 지사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기원 2. "식사 거르지 마세요" 등이었다. 영상 속 여성 비서관을 칭찬("이와중에도 (컵라면에)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아닌 스탠젓가락을 올려주시는 센스 넘치는 직원")하는 글도 있다.
특히, 김동연 지사의 생각과 거의 같은, 짧은 댓글도 눈에 뛴다. '그림자 노동' 아웃. '격한지지'이다,
▲경기도, '그림자 노동' 아웃을 위해 노력한다
'그림자 노동'은 대가가 주어지지 않지만, 임금 노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노동을 말한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가 처음 쓴 용어이다. 그는 가사 노동과 육아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커피나 차 심부름, 컵라면 끓이기 등도 넓게 보면 그림자 노동일 수 있다.
실제로 생생한 경험담을 전한 댓글을 보면 현실을 짐작하게 한다.
"어린 여직원은 저뿐이라고, 할 일 가득 쌓여있는데 손님들께 커피 내오라던 상사가 생각난다", "임산부였던 내게 스타벅스 샌드위치 사오고, 커피는 내려 달라고, 잔돈 챙기던 대표가 떠오른다" 등등이다.
적어도 경기도에서는 '그림자 노동'은 없애나가야 한다는 것이 김동연 지사의 생각이다.
김동연 지사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도청 여성 직원들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들어온 분들인데, 그런 여성 직원들이 허드렛일이나 해서야 되겠나. 여성 직원 중에서 간부도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일을 통해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일할 시간에 차 심부름하고 있어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경기=김삼철 기자 news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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