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혁 작가(한밭FM 대표)가 1일 <의병은 살아 있다, 호남·충청 순례>(312쪽,가디언)를 펴냈다. 임진왜란 의병들의 뜨거운 함성과 숨결, 그리고 오늘의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꿈틀대는 의병 정신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조명한 책이다.
책은 4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서는 임진왜란 전황을 바꾼 의병과 수군의 역할에 대해, 2부에서는 송제민, 황진, 고경명, 조헌, 영규대사, 김천일 같은 쟁쟁한 임진왜란 의병에 대해 설명했다. 3부 정유재란 편에서는 호남을 철저하게 유린했던 상황에다 김덕령과 홍가신, 이영남과 류형 등의 활약을 덧붙였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의병장, 의병을 돕느라 군량과 무기를 댄 우국지사도 적극 소개해 이슬처럼 사라져간, 잊혀져간 의병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송제민, 황진, 최경회 등에 대한 글도 이채롭다. 4부는 강항의 '간양록' 등 전쟁 중의 일기 3편에 대한 글이다.
▲시공 유기적 연결, '3D 입체화' 시도 눈길
이를 위해 그물의 씨줄 날줄처럼 시공(時空)을 유기적으로 구성했다. 의병과 수군 간, 의병과 관군 간 공간적 접점을 찾고 있고, 의병과 후손 간 시간적 고리도 찾아내 연결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추모식에 참석해 행사를 스케치하고 후손이나 관련 인사들의 목소리를 보태 책을 '2D'가 아닌 '3D'로 입체화하는 데 힘썼다. 전적지 성역화나 선양사업 등 향후 계획도 군데군데 들어있다. 모두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곳곳을 누빈 땀의 결과이다. 저자는 DSLR 카메라 2대와 드론까지 동원해 '현장'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담았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는 끈을 찾아내 '입체적인 책'을 쓰려는 의도에서였다"라고 설명했다.
▲재미있고 감동 넘치는 읽을거리 가득
흥미진진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읽을거리도 넘친다. 이치대첩의 영웅 ‘황진 편’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파괴된 여러 항일 관련 비석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권율장군비, 조헌순의비, 고경명순절비, 사명대사비 등 일제가 고의로 부수고 훼손한 비석들을 보노라면 절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칠백의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기엔 우리가 잘 모르는 사연이 숨어있다. 당시 영규대사가 이끈 승병 800명의 순국은 제외돼 있고, 이들에 대한 현양사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불교계 입장이다. 그래서 '1500의총'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사실관계를 규명해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임진왜란 최대의 비극 제2차 진주성전투와 남원성전투, '국민 연인' 논개 담론의 확대재생산 과정, 정반대의 운명으로 갈라진 두 사내 김덕령과 홍가신,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비밀리에 탈출해 명나라를 거쳐 2년여만에 귀국한 선비 등 책 곳곳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AI(인공지능)가 그럴싸하게 가공한 것까지 온갖 정보가 흘러 다니는 시대지만 이 책에는 절대로 앉아서 얻을 수 없는 정보와 통찰이 담겨 있다고 믿어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국 곳곳의 흔적을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사료를 뒤져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의병의 숭고한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그 어떤 깨달음이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들의 행적을 더 찾아내고 기리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호남·충청에 이어 영남 의병, 중부·이북 의병에 대한 집필도 계획 중이다.
한편 저자는 충남 논산 출생으로 논산중, 대전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기자, 충청취재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밭FM 대표이다. 저서로 <기묘사화, 피의 흔적. 士林천하 이렇게 만들었다>(도서출판 이화)가 있다 .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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