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월 14만 원, 공무원들이 매월 받는 급식비, 소위 점심값이다. 이를 월 근무 일수로 바꾸면 한 끼 점심값은 6000원꼴로, 이는 매일 6000원 정도로 점심을 때워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때워야 한다'는 냉소적 표현을 굳이 사용한 것은 그만큼 현실적이지 않은 금액이기에 그렇다. 과연 6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도 매일….
궁금했고, 궁금함이 호기심으로 이어지면서 체험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3일간 6000원으로 점심식사를 해보자.' 사정상 한 달 내내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3일로 한정해서 하기로 했다.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독자분들도 궁금하시리라…. 자, 떠나보자.
쉽지 않았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냉면은 가능해 보이지 않아 지레 포기하고 만만해 보이는,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칼국수 가게로 가보았다. 헉, 먹을 수 없었다. 좌절감이 들었다. 포기할 수 없어 편의점으로 발길을 잡았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청년과 서민들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그나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기에 가보았다. 우선 삼각 김밥 둘, 컵라면 하나, 물 한 병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다행히 6000원에는 미치지 않았다. 그때 훈제 계란 2개 묶음이 눈에 꽂혔다. '그래, 영양을 생각하면 계란은 먹어야지.' 하지만, 2000원을 훨씬 넘었고, 낱개로는 팔지도 않았다. 순간 안타까움이 덮쳤다. 이렇게 편의점 앞 의자에서 첫 번째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한 끼 해결, 어떻게 할까? 자신이 없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구했고, 학교 앞 분식점이 저렴한 편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고민의 여지가 없기에 즉시 가보았다. 먼저 메뉴판 가격표에 눈길을 주었다. 다행이다. 비빔국수 6000원, 성공이다. 그 순간 눈길이 그 아래로 옮겨지면서 좋아하는 메뉴가 보였다. 열무국수였다. 그래 여름철엔 누가 뭐라고 해도 열무국수지…. 하지만 가격은 7000원, 조용히 단념하고 영문도 모르는 주인장에게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나름 맛있었다. 양이 좀 적어 곧 배가 꺼졌지만….
세 번째 한 끼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직원 한 분이 좋은 소식을 알려왔다. 토종 햄버거 식당은 어쩌면 6000원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낭보…. 기대 반, 회의 반의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자동 주문 시스템이었다. 잠시 헤맨 끝에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가장 작은 햄버거로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치킨 패티, 감자튀김, 콜라로 구성된 점심 세트 메뉴였고, 다행히 6000원 코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든, 3일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는 안도감은 마침 불어온 습기 머금은 바람 한 점에 힘없이 날아가 버렸고 씁쓸함만이 그 자리를 메꿨다. 그리고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고, 슬펐다. 이런 식사를 일 년, 아니 수십 년간 지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공무원도 소중한 국민이고, 사람이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와 사기 진작은 국가 발전의 초석이다. 이들이 사명감으로 직무에 충실할 때 국가 발전과 국민 권익 증진이 이뤄진다. 왜냐고? 이들이야말로 국민을 위한 국가 기능 수행의 손과 발이기에 그렇다.
국가 예산 사정으로 본봉을 많이 올려 줄 수는 없어도 복지 차원의 급식비만이라도 현실화시켜야 한다. 공무원 월 정액급식비는 2005년에 13만 원이었다가 15년 뒤인 2020년에 겨우 1만 원이 인상돼 오늘날까지 14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19년간 겨우 1만 원 오른 것이다. 너무 하지 않은가, 아니 미안하지 않은가. 이래놓고 언제까지 우수한 인재가 공직에 지원하길 바라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라고 강요할 것인가?
예산 담당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전하고 싶다. 제발 밥 한 끼만은 제대로 먹게 해 달라. 국민의 대표자라는 국회의원 그대들 한 끼 만찬값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 한 달 점심값보다 많아서야 되겠는가? 공무원이 왕조시대의 공노비는 아니지 않은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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