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42- 태안 우럭 덕장에 맛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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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42- 태안 우럭 덕장에 맛이 든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8-05 17:01
  • 신문게재 2024-08-06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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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우럭젓국. (사진=김영복 연구가)
이번 주에는 서산 옆 동네인 태안의 우럭젓국을 소개한다.

사실 1988년까지만 해도 태안읍·안면읍·고남면·남면·근흥면·소원면·원북면·이원면 일원은 서산군이었고 1989년 1월 1일부터 태안군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산 태안은 향토음식이나 생활양식이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주는 서산 태안지방의 전통제례문화의 습속이 진하게 남아 있는 향토음식 우럭젓국을 취재하기 위해 이 음식을 40여 년 이상을 한 토담집을 찾았다.



이 집은 우럭젓국도 맛이 있지만 갈치속젓, 고등어 무 조림 등 13가지나 되는 밑반찬들이 깔끔하고 맛있다.

우럭젓국이 아니더라도 반찬으로도 밥 한 두어 그릇 먹을 정도로 푸짐하고 맛이 있다.

우럭포로 끓인 우럭젓국은 비린내도 없고, 담백하여 그 시원한 맛이 술을 마신 후 속 풀이로도 좋을 듯싶다.

우선 우럭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우럭은 사실 '조피볼락'이 정식 명칭이다. 그러나 대부분 '조피볼락'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우럭'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우럭은 통용되는 명칭이지만, 일반적으로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는 조피볼락이나 누루시볼락을 우럭이라 부른다.

우럭의 바른말은 양볼락과에 속한 '조피볼락'이다.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조피볼락은 암초지대에 살며 모양은 도미를 닮았고 맛은 농어와 비슷하다고 하는 검어(黔魚) 또는 검처귀(黔處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우럭을 뜻하는 말인 것 같다 .'

서유구(徐有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전어지(佃漁志)」에는 '조피볼락을 울억어(鬱抑魚)라 하고 '서해에서 난다. 배는 불룩하면서 흑백의 무늬가 있다. 살은 단단하면서 가시는 없고 곰국을 끓이면 맛이 아주 좋다' 라고 되어 있다.

조피볼락의 '조피(粗皮)'라는 말은 서식환경에 따라 변하는 조악(粗惡)한 피부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우리 속담에 '고집쟁이 우럭 입 다물듯'이란 말이 있다. 이는 입을 꾹 다물고 말도 않는 답답한 상황을 묘사할 때 쓰는 말이다. 우럭은 활동성이 적고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물고기이다. 잘 낚이던 우럭이 조류나 주변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답답할 정도로 입질을 않아 생긴 말이다.

지방에 따라 '우레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레기'는 연어과의 어류 한 종류인 참바리 속을 부르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우럭은 일반적으로 잘 모르지만, 독이 약할 뿐 독이 있는 물고기다.

우럭은 새끼를 낳는 난태성 어종으로서, 출산 시기는 보리누름이라 하는 수온이 섭씨 15~16도 정도 되는 4월과 6월경에 연안의 암초 지대에서 7mm 정도 길이의 새끼를 낳는다. 이 산란기 때가 살이 올라 기름이 많고 맛이 달아 맛이 최고라고 한다.

그리고 교미기간인 가을에도 우럭은 살이 통통하니 단단하여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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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포. (사진= 김영복 연구가)
태안 서부시장에는 우럭 말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새벽녘에 부지런히 잡아 오는 우럭을 장만하여 말리는 우럭 덕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예전에는 3일과 8일에 장이 섰지만, 지금은 장날이 따로 없는 상설시장으로 변모했다. 200여 개의 점포와 90여 개의 노점이 여러 골목으로 나뉘어 손님을 맞고 있다.

이곳에서 꾸덕꾸덕 말라가는 우럭은 서부시장을 대표하는 명물로 태안의 향토음식인 우럭젓국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태안 사람들은 잔칫날이나 제삿날에 우럭포가 없어서는 안 될 생선이다.

태안 사람들은 북어포 대신 우럭포를 올리는 것이다.

제사상에 우럭포를 쪄서 올리는데, 제사가 끝난 후 음복을 할 때 제사상에 올렸던 우럭포를 찢어 살을 발라 술안주로 한다.

이때 살을 발라내고 남은 머리와 뼈를 쌀뜨물에 넣고 팔팔 끓여내면 국물이 뽀얗게 올라 온다.

이 국물에 제사상에 올렸던 두부부침을 넣기도 했는데, 여기에 무와 어슷하게 썬 대파, 다진 마늘, 미나리를 넣어 한소끔 끓인 찌개가 우럭젓국이다.

우럭 젓국에는 젓국이나 새우젓,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우럭젓국을 먹는 지방은 태안과 서산 빼고는 없다.

젓국을 만들 수 있는 젓갈은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문헌상에는 중국 북위(北魏)의 상동성(山東省) 고양(高陽) 태수(太守)로 있던 가사협(賈思)이 532~549년경에 편찬한 『제민요술(齊民要術)』에 '한나라의 무제가 동이(東夷)를 쫓아 산동반도에 이르니, 어디선지 좋은 냄새가 나서 찾아본즉슨 어부들이 항아리 속에 생선내장으로 만든 어장을 넣고 흙으로 덮어두었다가 향기가 생기면 조미료로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에는 동이(東夷)를 쫓아서 얻었기 때문에 '축이(逐夷)'라고 했는데 이것은 지금의 젓갈과 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신문왕 3년(683년)에 왕후를 맞이하는 폐백음식에도 해라는 젓갈이 나오고, 중국 송나라 서긍(徐兢)이 지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조개류를 가지고 젓갈을 담가 귀천 없이 먹는다는 기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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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젓국 상차림.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렇듯 젓갈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어업의 발달과 함께 김치를 만들 때 해산물 젓갈을 사용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특히 3면이 바다인 우리의 지형적 조건에서 서해와 동해의 생선 및 해산물의 저장 방식은 약간 차이가 있어 왔다.

서해를 비롯한 남해의 광양까지가 젓갈문화권이라면 동해와 남해의 하동까지는 식해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어 왔다.

그러다 보니 서해는 비교적 다양한 젓갈 문화가 발달돼 왔고, 이를 이용한 음식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특히 충청도는 다른 시도와 달리 젓갈이 다향하게 발달되어 서산, 태안, 강경, 광천 등 젓갈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젓국은 젓갈에서 젓갈이 삭아서 우러나온 국물을 말한다.

이 젓국을 음식에 간장 대신에 사용하기도 한다. 젓국을 달이는 방법은 생선의 살을 발라 곱게 다져놓고 뼈와 머리는 으깨어 냄비에 담는다. 여기에 젓국 국물과 약간의 물을 부어 중간 불에서 맑게 끓인다. 달여진 젓국은 체에 밭여 맑은 국물만 따로 담아 식히고, 체에 걸러진 건더기는 버리지 않고 잘게 썰어 사용한다.

특히 조선후기에는 젓국이 음식의 맛을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조선 후기 안동 출신의 유학자 동암東巖 유장원柳長源(1724~1796)이 『가례家禮』를 중심으로 상례常禮와 변례變禮를 모아 편찬한 예서(禮書)『상변통고(常變通攷)』제4권 통례(通禮) 거가잡의(居家雜儀) 하(下) 먹고 마시는 범절〔飮食之節〕에 보면 '젓국을 마시지 말며'라고 나오면 주(註)에 '장은 짜야 하는데, 마시는 것은 그것이 싱거워서이다. 객이 국에 간을 맞추면 주인은 음식을 잘 요리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객이 젓국을 마시면 주인은 가난하기 때문이라 사과한다.'라고 나온다.

조선 후기 실학자 혜강(惠剛) 최한기(崔漢綺 1803(순조3)~1879(고종16))가 철종 11년(1860)에 완성한 인사 행정에 관한 이론서『인정(人政)』제12권 교인문 5(敎人門五)의식(衣食)에 '절용(節用)의 경계를 생각하여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음식은 쌀·고기·채소등에 물과 불을 알맞게 하여 기름·간장·소금·젓국 등 양념을 고르게 넣고, 그 정도에 넘치는 것은 덜고 부족한 것을 보태면 되는 것이니, 하필 진수성찬(珍羞盛饌)을 갖추어 벌여 놓을 것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당시 기름·간장·소금과 함께 젓국은 음식의 맛을 내는 중요한 조미료 역할을 했던 것이다.

우럭젓국 말고 초여름에 암 민어를 넓게 갈라 펴서 소금에 절였다 말린 건어물을 암치라고 하는데, 이 암치를 주재료로 한 암치찌개도 암치젓국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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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우럭젓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 암치젓국은 민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뒤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놓는다. 머리가 달린 채로 갈라서 펴놓고, 민어가 거의 덮일 만큼 소금을 골고루 뿌려서 햇볕에 잘 말린다. 쓸 때마다 골패만큼씩 얇게 저며서 여러 종류의 마른반찬과 함께 곁들여 담아낸다. 또는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먹기도 하고, 뼈와 껍질과 머리는 잘게 썰어서 무나 애호박 ·감자 등과 함께 냄비에 넣고 새우젓국으로 간을 맞추어 적당히 물을 붓고 끓이면 된다.

1670년(현종 11년)경에 정부인 안동 장씨라 불리던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이 남긴 『음식디미방[閨是議方]』에는 동아갱(冬瓜羹)이 나오는데, 이는 동아에 고기를 넣고 새우젓국으로 간을 해서 끓인다고 하였으니 지금의 새우젓찌개와 같은 음식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닭젓국조치·무젓국조치 등도 젓국찌개에 속한다.

이외에도 조선 후기 농학자이며, 의관을 지낸 유중림(柳重臨, 1705 ~1771)이 1766년에 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석화갱(石花羹)이 나오는데, 이 요리는 생굴에 두부를 넣어 만든 찌개로 특히 새우젓국으로 간을 맞추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굴 두부 새우젓찌개이다.

한편 젓국은 김장김치에도 요긴하게 쓰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1925년 11월 12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가을에 김치 담그기 위하여 일상 준비하여 가지고 있지 아니하면 아닐 될 것은 젓국과 새우젓인데, 젓국과 새우젓은 여러 해 묵은 것일수록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젓국과 새우젓을 구더기 안 나게 묵히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 여간 주부의 손이 들어가지 아니하면 안 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만 해도 젓국은 김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였던 것이다.

어쨌든 서해안 지방에서는 우럭으로 만든 '우럭젓국'이라는 향토 음식이 해장국으로서 각광 받고 있다.

우럭은 담백하고 육질이 부드럽고, 메티오닌, 시스틴과 같은 함황(含黃)아미노산의 함량이 풍부하여 간 기능 향상과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

쌀뜨물에는 비타민 B1, B2, 전분질이 풍부하므로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사용하면 영양가를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새우젓 또는 젓국으로 간을 하므로'우럭젓국'이란 이름이 붙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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