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 양궁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여자는 10연패, 남자는 3연패의 놀라운 업적이다. 3연패 역시 2012년 런던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뿐 연속 금메달이다. 특히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10회 연속 우승한 것으로, 한 번도 빼앗기지 않은 최다 연승 타이기록(미국 남자 수영 대표팀이 400m 혼계영,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10연패를 기록 중)으로 새 역사가 되었다.
여타 경기도 그렇겠지만 양궁 경기 규칙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긴장감, 관람과 재미, 편의성, 생방송, 의외성, 판정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된 것이지만, '세계 최강 대한민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널리 퍼지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72년 하계올림픽 이후 지난 대회까지 우리는 금메달 29개 포함, 총 45개의 메달을 획득, 2위 미국의 금 8, 합계 16에 비해 단연 독보적이다. 이정도면 가히 무적 아닌가? 한 번 금메달 따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연달아 우승하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선수단의 열정과 지대한 노력의 결과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체계적 관리와 훈련시스템에도 비결이 있음직하다. 많은 우수지도자가 여러 나라에 나가 있음이 그를 대변한다. 스포츠 과학은 물론, 생리학, 심리학, 뇌 과학 등 여타 관련분야가 총 동원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신력, 집중력 등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큰 몫을 한다. 경기 자체도 가감이 어려운데다, 다른 종목과 달리 대한양궁협회는 전국 초중고 양궁부 학생, 코치 모두 관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사교육 금지다. 종류와 시기, 강사 등 가리지 않고 사교육은 절대 엄금이다. 이것으로 우리나라 양궁의 인맥과 연줄 등이 철저히 배제되어, 실력위주 국가대표 선발의 핵심 원천이 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여러 단계의 평가전도 거친다.
국가와 협회의 지원과 투자도 큰 역할을 한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1985년부터 전폭적으로 지원 한 바, 이는 국내 스포츠 종목 지원 최장기간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지에서 직접 관람하고 시상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 파리 대회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마련하였다. 음향, 방송 등 예상되는 환경을 조성, 지속적인 모의대회를 실시하였다. 양궁 경기장이 센 강에 인접, 강바람이 예상 돼 남한강변에서 적응 훈련도 하였다. 인공지능 이용뿐만 아니라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까지 개발, '무결점' 수준의 슈팅 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게 해 실전 감각도 익히게 했다. 이 밖에도 각종 장비와 첨단기술을 동원 훈련에 활용 한다.
2011년 8월 10일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을 보며, 얼마나 활이 유용하고 강력한 무기인지 새삼 깨달았던 적이 있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쫓는 단순한 구조지만, 생존과 용기에 대한 흥미진진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자연스럽게 역사로 연결이 된다. 중국 고문헌은 우리가 활 잘 쏘는 민족으로 기록하고 있다. 9개의 해를 떨어뜨려 중국을 구했다는 전설상의 인물인 예(?)나, 한때 동방 30국을 아우르고 서주를 위협했던 활의 명인 서언왕이 동이족이라 전하며, 고구려 시조 주몽에게도 백발백중의 궁시설화(弓矢說話)가 있다. 고구려 고분 무용총에는 말 타고 활사냥하는 벽화가 전해져, 당시 주요한 생활도구였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나 무용담도 자긍심으로 작용 했을 것이다. 현재 쓰여 지고 있는 새로운 역사도 긍지와 자신감, 선한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이룬 성과 때문에 외국선수들이 한국산 활을 사용, 국내기업인 '윈앤윈'이 양궁시장 점유율 세계1위를 기록 중이다. 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한국을 따라잡지 못하자, 외국 선수가 한국 선수의 유니폼, 걸음걸이, 스트레칭 동작까지 따라한다고 한다.
개인전과 혼성단체전이 남아있다. 혼성단체전은 2일, 여자는 8월 3일, 남자는 4일 각각 열린다. 남은 경기에서도 바람직한 성과가 있어,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길 기대한다. 암울한 시기 용기와 희망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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