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한 주체의 확실한 노력과 성과보다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구성원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함은 물론 이들 간 상호 협력과 시너지 창출이 중요하다. 지역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혁신 주체로 지자체, 산업체, 대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지역 혁신주체가 각각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은 물론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궁극적으로 지역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혁신주체 간 소통과 혁신을 통해 지역사회의 혁신적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은 기술경영학자인 미국 버클리대학의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그의 저서 "Open Innovation: The New Imperative for Creating and Profiting from Technology"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기업이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아이디어와 연구개발(R&D) 자원을 동시에 활용해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혁신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론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개방형 혁신은 현재 지역의 사회적 문제를 발굴하거나 해결방안을 개발하는 데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이 지자체 정책 및 제도 개선에 반영되기도 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문제 인식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소셜벤처 창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우리 대전에도 지자체를 포함한 핵심적인 혁신주체 간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기반한 개방형 혁신이 다수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최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전환을 앞두고 더욱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 소재 14개 대학이 참여한 대전권대학 산학협의체(약칭 '대산협')를 중심으로 지역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가 협력을 통해 추진하는 다양한 공유협업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도 본 협의체의 일원으로서 지역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공동 프로그램을 발굴·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의 타 대학은 물론 자치구와 협력해서 지역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개발하는 지역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대전시의 대표 축제인 0시 축제에서 지역대학들과 함께 학생 창작물 전시 부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 혹은 지방분권 시대가 상당 부분 성숙해 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자치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진전에 따른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험이 더해가고, 이에 따라 지역에서 생활의 질, 정주여건 개선이 중요해질수록 주요 구성원의 참여에 기반한 개방형 혁신을 통해 스스로 더 나은 공간을 만들어 가는 노력은 더욱 중요하게 된다. 앞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이런 능력이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지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사회가 개방형 혁신의 장으로 기능해야 할 당위성인 것이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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