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사진은 사도 광산 아이카와쓰루시 금은산(金銀山) 유적. |
특히 등재 철회를 주도한 박수현 국회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을 비롯한 야권은 2015년 군함도 탄광 사례를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막판까지 저지한 반면 국민의힘은 실질적 조치를 이뤄졌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7월 27일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전원동의(consensus) 방식으로 결정했다. 일본이 사도광산 현지에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 시설을 설치하면서 등재를 위한 한·일 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등재 결정 가능성이 커지자 '일본 강제징용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박수현 의원 등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등재 결정 전날인 7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시대 자행했던 자신들의 과오를 숨길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며 “대한민국 역사조차 지키지 못하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윤덕민 주일 대사는 등재 추진에 '절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망언을 일삼고,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 간 합의가 막판에 이뤄지고 있다는 등 등재가 기정사실화된 듯한 입장을 취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일본이 앞서 군함도 탄광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본인들의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던 과거의 선례조차 무시한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27일(한국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
오히려 2020년 6월 강제노역 현장도 아닌 도쿄에서 열린 전시에서 한국인 강제노동과 민족 차별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과 자료들만을 홍보하는 등 본인들의 약속과는 정반대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만행을 은폐하고 역사를 미화할 가능성이 자명하다"고 했다.
이들은 "일본의 과거사 지우기에 동참함으로써 대한민국 역사와 국익을 지키지 못하고, 1141명의 사도광산 강제노역 피해자를 포함한 모든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를 윤석열 정부가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 만에 등재가 결정됐고, 민주당과 달리 국회 외통위 소속 국힘 위원들은 환영 입장을 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일본 측은 한국 노동자들의 강제동원 역사를 담은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고 매년 추도식을 통해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를 기릴 방침”이라며 “한국인 노동자들이 머물던 기숙사 터 등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방문객 안내 자료를 비치할 예정으로, 강제노역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사례를 축적하길 바라며 근대산업시설에 대한 일본 정부의 후속조치 개선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기 바란다”면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폄훼하고 반일 선동을 시도하는 일각의 행태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밝혔다.
등재 철회를 주도한 박수현 의원은 "군함도 사례처럼 일본은 합의를 깰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정부의 추가 입장을 보면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일본이 원하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내어줄 기세로, 최소한 등재 공범 이상"이라며 "국익에 반하고 국민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