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
극한의 고온과 달리 극저온 영역의 온도는 끝이 존재한다. 원자나 분자의 운동이 멈추는 절대온도인 -273.15℃가 온도의 끝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모든 온도의 기준이 될 수 있어서 절대온도 0(K)이다. 여기서는 상온부터 온도를 낮춰가면서, 극저온 냉각 기술로 열릴 수 있는 미래에 대해 대중적 관점에서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극저온 냉각기술이란 압축기, 팽창기, 열교환기 등의 기자재가 열역학 사이클로 운전하며 극저온 환경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기술이다. 보통 150℃ 이하를 극저온 영역이라 할 수 있다. 0℃~-60℃ 정도에서는 산업용 냉동기가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고 있다. 초저온이라고도 할 수 있는 60℃~-150℃ 영역의 극저온 기술은 탄소 액화, 반도체 공정 극저온 설비, 바이오 시료 보관, 데이터 센터 냉각 등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CCUS, 첨단 반도체, 바이오,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등의 부상하는 신산업 분야로 이어진다. 243℃ 정도로 내려가면 초전도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초전도 기술은 손실 없는 전력 공급이 가능하게 하여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풍력 발전용 초전도 발전기, 송배전용 초전도 케이블 등 고효율 전력 신산업을 가능케 하고, 자기부상 모빌리티 등 다양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 -253℃로 내려가면, 수소를 액화시켜 대용량 저장 및 운송이 가능해 수소 모빌리티 등 무탄소 청정 수소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점 추진 분야 중 하나인 대용량 수소액화플랜트도 머지않아 우리 기술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269℃까지 내려가면 입자가속기나 앞서 서두에 언급하였던 핵융합 발전의 안정화 기반을 구현할 수 있다. 이제 온도의 끝 영역까지 거의 다 왔다. 0~1K, 즉 -273℃의 극저온 온도의 끝 영역을 구현하면, 양자 컴퓨팅 등 본격적인 양자 기술이 적용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극저온 냉각 기술은 미래 기술이자 미래의 소부장이다. 또한,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국적의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극저온 냉각 기술 개발 관점에서 두 개의 기술 개발 축이 있다. 하나는 헬륨, 네온, 수소 등의 냉매로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며, 또 하나는 극저온 용량을 키우는 기술이다. 온도를 낮춰갈수록 대용량이 힘들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극저온 인프라 관련 기업은 소수이며, 극저온 냉각 기술에 있어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의 150℃~-253℃ 영역의 10~50kW급 규모(용량)의 실증 기술이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집을 지을 때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기둥 밑에 주춧돌을 괸다. 튼튼하고 안전한 집의 시작은 주춧돌과 함께한다. 극저온 냉각 기술은 현재 부상하는 신산업뿐만 아니라 미래 신산업의 주춧돌 역할을 수행하며 신산업의 안착을 묵묵히 열고 있다. 극저온 냉각 기술은 하나의 사례이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발전 역사가 깊은 전통적 기계기술 중에 수많은 주춧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주춧돌들을 찾으면서 다양한 미래를 그려보자.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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