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78. 불교와 기독교에서 공(空)이란 무엇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78. 불교와 기독교에서 공(空)이란 무엇인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7-25 10:45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제가 이해하는 불교는 부처(붓다)의 어원이기도 한 '깨달음'을 얻는 종교인데, 자비와 지혜가 그 실천 덕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공(空)'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에 대해 분석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것이 불교의 공이라는 개념이지요. 달라이 라마는 실제로 모든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우리는 알아낼 길이 없고 그래서 모두 공이라고 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공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것이지만, 달라이 라마에게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즉 사물들, 사람들, 동물들, 생각들, 감정들, 물건들에 우리가 이름 붙인 모든 것"이 공이라고 했는데, 밍규르 린포체의 공에 대한 설명은 더 어렵습니다. 그에 의하면 공은 '제로의 의미'가 아니라 '제로의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은 물건 자체라기보다는 어떤 것이 생겨나고 변하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도록 허용하는 일종의 관계인 것입니다. 두 분 모두 공을 상호의존성으로 파악했고 일종의 잠재 가능성이라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베트남 명상 스님인 틱낫한도 '공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분리된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풀이했습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한 틱낫한은 공에 대해 친절히 그리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공이란 어떤 것일까요? 공을 철학자처럼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공의 의미만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공은 철학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공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입니다. 공은 비존재가 아니며, 실재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공은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본성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불교와 기독교 등 종교의 벽을 두지 않아 열린 종교학자로 알려진 길희성 교수나 종교에 대한 비교 연구를 한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등도 '공'에 대한 불교와 기독교의 입장 차이를 설명하였습니다. 재작년에 작고하신 길희성 교수님은 '보살 예수'에서 불교는 사물의 존재를 다른 사물과 상호의존성이라는 수평적 관계에서 파악하고, 기독교는 허구성을 안고 있는 사물을 존재하게 해주는 어떤 절대적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차이를 설명합니다. 오강남 교수는 여러 강론을 통해 불교는 '참 나(참된 본래 모습의 나)가 곧 절대자'라고 규정하나 이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절대자는 하나님뿐'이라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공의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와 불교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깨닫고 나면 궁극적인 실재와 하나가 되는 것이 불교의 목표인데 이에 반해 기독교는 하나님만을 절대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자는 하나님을 믿고 모든 것을 의지하지만 불교 신자는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틱낫한 스님은 "기독교와 불교는 인류 역사에 핀 '아름다운 두 송이 꽃'이다"라면서 기독교와 불교 간의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에 주목합니다. 특히 '기도'라는 책에서 "기독교 신자든 불교 신자든, 비록 종교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기도하라'"고 선포하면서, 기도는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이분은 공통점을 강조하지만, 저는 기독교 신자, 불교 신자 그리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기도'의 본질적 의미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틱낫한 스님의 '기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황지우 시인의 "개미 날개만 한 지식으로 화엄창천을 날아다니는구나"라는 시 구절을 저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네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