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예지중고' 이대로 사라지나

2021년 첫 졸업생 배출 이후 누적 6000여명 졸업
대전시립중고 학생 수용 한계·상징성 등 고려 땐
예지중고 존립 필요 의견… 새 인수자 있을 땐 가능

대전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예지중고가 예지재단 파산 선고로 폐교 위기에 놓였다. 새로운 운영 주체가 나타나 설립자 지위를 승계받지 않는 이상 현재 재학생들의 졸업을 끝으로 예지중고 간판을 내려야 하는 처지다. <중도일보 2024년 7월 22일자 6면·24일자 3면 보도>

24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예지재단 파산 선고에 따라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6년 2월까지만 예지중고를 계속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전교육청은 연간 20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이 시기까지는 학생 수에 상응하는 보조금을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예지중고를 둘러싼 논란은 10여년간 이어졌다. 교내 비위 행위를 비롯해 재단과 교사 간 갈등, 법정공방에 이어 대전교육청과도 지속된 송사(訟事)를 겪었다. 예지중고 폐교 위기 역시 이러한 논란의 결과다. 2019년 징계를 통해 파면된 교사 12명에 대해 법원이 최종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면서 이들에 대한 복직 처리가 이뤄졌어야 하지만 재단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미지급 임금과 이행강제금이 계속해 늘어났다. 파면 교사들은 채권자 신분으로 재단 파산을 신청했고 법원이 18일 이를 받아들이며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예지중고를 운영 중인 예지재단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는 없지만 학교 존폐 문제에 대해선 존립을 희망하고 있다. 파산 신청을 한 교사들도 예지중고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예지재단 구성원만 아니라면 예지중고가 계속 평생교육시설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지중고는 2021년 2월 첫 졸업생 배출을 시작으로 2024년 2월 기준 누적 중학교 2516명, 고등학교 3375명을 졸업시켰다. 지역 첫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서 2020년 대전시립중고 개교 전까지 유일하게 역할을 한 만큼 그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고 있다.

파면 교사들은 현재 예지재단 구성원이 아닌 새로운 이들로 학교 운영을 희망하고 있다. 2019년 파면됐다 복직하지 못한 한 교사는 "시립중고도 학생 수용 규모에 한계가 있어 예지중고 학생 규모를 전부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선 학교 건물이 있는 독지가가 수십억 원을 교육에 투자하는 마음으로 나서는 것인데 가능성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는 대학을 가진 학교법인이 대학 내 유휴부지를 이용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며 "학생들이 이후 대학 진학을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새로운 인수 주체는 일정 기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평생교육법'에 따라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설립 주체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또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단법인이다. '평생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를 설립·경영하려는 주체는 교사(校舍)와 교지(校地)를 소유해야 한다. 재단법인은 대전교육청 자체 기준에 따라 출연금 3억 원 이상을 보유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자격을 갖춘 주체가 평생교육시설 등록과 지정 신청을 하면 적극 검토를 할 것"이라며 "현재까진 관심을 보이거나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