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수해(水害), 그 재난의 현장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수해(水害), 그 재난의 현장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4-07-23 17:04
  • 신문게재 2024-07-2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11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10여 년 전에 금산군 추부면과 복수면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복수면에 살던 지인은 '빗줄기 사이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집은 둥둥 떠내려갔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2020년에는 용담댐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봉황천 주변의 논밭과 집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고, 수자원공사의 물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 비로 전국적으로 엄청난 비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에 금산이 포함되었고, 재난지역 기준을 상회하는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충청도가 충주와 청주, 두 지역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왜 충주, 청주일까? 왜구 침략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자연재해에서 피해가 적기에 살기 좋은 고장이었을 것이다. 해발 904m인 서대산이 충남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금산도 지대가 낮은 지역이 아니기에 수해(水害)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웠었다. 그렇지만 온난화로 인한 물폭탄은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어느 지역이든 100㎜ 이상 물폭탄이 터진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면 금산 지역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조직이 두 개 있다. 하나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적십자 조직이다. 태생이 구호단체이기 때문에 평소에 조직이 잘 되어 있고, 수많은 경험을 나눠 가진 회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이번에도 가장 먼저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두 번째 조직은 금산군 자원봉사센터이다. 평소에는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수행하다가 일이 터지면 바로 현장에서 요청받는 지원요청을 접수하고 지역의 로타리클럽을 비롯한 각 봉사단체들에게 역할을 배분하는 일을 수행한다. 인구 5만의 고장 금산에서 자원봉사자로 등록된 인원이 1만6000천명에 육박하는데, 인구 3명 중 한 명이 자원봉사자인 고장이 금산이니 엄청난 비율이 아닐 수 없다. 이 분들을 관리하는 조직이 비상근인 센터장을 비롯, 5명밖에 없으니 이들의 일과 관련된 부담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수해에 동원된 자원봉사자의 숫자가 연인원 2300명이었고, 이 인원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공직자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들리는 말로는 재해 현장 접수하는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졌다고 한다. 피해 현장의 어려움을 접수해서 재난지역으로 인정받기 위해 정리하는 과정의 서류 작업이 쉽지 않은데, 그 숫자가 너무 많아 힘들었다고 한다.



경찰관, 소방관, 군인들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현장에서는 더 큰 어려움이 산적해 있을 것이다. 금산 관내의 장비가 모두 현장에 투입된 것도 모자라 외부에서 중장비 100여대가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현장에서는 사람 손으로 할 수 없는 작업들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로 재난 현장을 가 보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려가며 물에 잠겨 썩어가는 농작물을 정리하고 집안 가재도구들을 모두 들어내어 마을회관으로 옮기면서 한 가지라도 건지려고 애쓰는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피해를 입은 분들과 이들을 돕기 위해 땀 흘리는 분들 모두 많은 고생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당장 태풍이 올라오고 있고, 또 다른 물폭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예보가 있다. 설사 올 여름은 잘 넘긴다고 해도 내년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겨울에는 눈폭탄이 터질지, 혹은 가뭄으로 고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재난이라도 미리 대비하고, 정확한 대응 로드맵을 만들어 놓았다가 유사시에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한다. <민관군(民官軍)>이라는 다소 식상한 단어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