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폐지는 지역 산업의 많은 부분을 비우는 일이다. 그만한 현실적 고민을 담은 경제·산업 부문의 후속 조치는 필수불가결하다. 실제로 보령화력 1·2호기 폐지 후 보령시 인구 10만 명 붕괴를 재촉한 예가 있다. 연구 용역에 따르면 석탄발전소 폐지로 태안군에만 11조900억원의 경제손실이 예측된다. 지역경제 악화에 대비한 폐지 이후의 근거 법률과 로드맵은 '석탄수도'로 불리던 충남도에 그래서 더 간절하다. 특별법 제정에 망설일 이유도 없다.
근로자, 주민, 지역에 대한 체계적 지원 없인 엄두조차 못 내는 사업이다. 급격한 지역경기 침체, 지방재정 수익 감소, 지역인구 감소를 감당하는 일이기에 발전소 영구 퇴출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충남의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정책을 탄소 감축 분야 우수 정책사례(practice example)로 꼽을 만하다. 화력발전소 폐지를 전제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시행 중인 정부지만 정작 탄소중립 정책에선 '뜨뜻미지근'(김태흠 충남지사 표현)하게 보였을 법도 하다.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때 이상의 과감한 에너지 비전으로 무장할 때인데 말이다.
국내 절반에 이르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충남 서해안에 소재한다. 그런데도 유엔기후변화협약 탈석탄동맹에 가입한 건 순전히 충남도의 용기다. OECD가 인정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for a just transition)' 노력은 아마 이런 대목이 아닌가 싶다. 특별법으로 경제적 피해와 아울러 지역소멸 위기까지 대비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엔 불확실성도 따른다. 확실히 하는 방법이 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이다. 조속한 처리를 왜 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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