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40- 충주 수안보 '대장군식당'의 꿩 코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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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40- 충주 수안보 '대장군식당'의 꿩 코스 요리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4-07-22 17:19
  • 신문게재 2024-07-23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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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이번 맛있는 여행은 평균 용출수의 온도가 대략 50℃를 웃돌며 겨울철에도 40℃를 넘는다는 온천 휴양지 수안보면(水安堡面)을 찾았다.

'수안보(水安保)'라는 명칭은 조선 초에 안부온천(安富溫井[泉])이라 불리던 이곳에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한 저수시설인 보(洑)가 축조된 후 '보의 안쪽 물탕거리'를 지칭하던 우리말 '물안보'가 수안보(水安保)라는 한자로 표기된 것에서 유래하였다. 고 한다.

수안보온천(水安堡溫泉)은 천매암층(千枚岩層)에서 물이 솟아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용출단순유황라듐성(鹽類泉)온천이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 조선의 1대 임금인 태조 이성계가 악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수안보 온천을 자주 찾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숙종이 휴양을 위해 찾았다고 해서 '왕의 온천'이라 불린다.



문헌자료인「청풍향교지(淸風鄕校誌)」에는 임금인 숙종과 권람, 권상하, 연창위 같은 귀족은 물론 일반 백성들도 온천욕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동규절목(洞規節目)』과 『금송절목(禁松節目)』에는 의료시설이 없던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욕객 및 환자들로 온정거리가 사시사철 붐비었고 아침에 모여들었다가 저녁이면 흩어지는 무리로 인해 법도가 어지럽다고 기록하고 있다.

1725년 개발된 이래 국내에서 수질이 가장 좋은 곳으로 맑고 깨끗하며, 온천물을 받아서 한 달 이상 두어도 썩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피부가 탱탱해지고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충북 충주시 이화령(伊火嶺) 계곡에 위치한 수안보(水安堡)는 1885년 노천식 욕조를 설치하고 1929년 일본인들에 의해 온천공이 굴착되어 53℃의 온천수를 끌어 올리고 성광여관(星光旅館)을 세우면서 시작되었고, 현재는 호텔을 비롯하여 숙박업소 29개, 유흥업소 42개소, 음식점 200개소, 민박 54개소 등이 있다고 한다

'수안보(水安保)'는 마을 입구마다 꿩의 조형물이 있고, 꿩요리를 하는 음식점마다 꿩 조형물 한두 개는 다 서 있다.

그만큼 '수안보(水安保)'는 전국에서 꿩 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맛있는 여행을 취재를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수안보(水安保)'온천에 꿩 요리가 유명하게 된 동기를 알게 되었다.

1988년도 충북 음성군 생극면(笙極面) 면장인 박병달(朴炳達 당시57세)가 강원도 지방에 산업시찰을 간 길에 산간벽지 곳곳에 꿩 사육장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면내에 보급시켜 보겠다는 생각으로 생극면(笙極面) 신양리(新陽里) 김금제(당시 48세) 등 3명과 함께 400마리의 새끼꿩을 마리당 3천5백 원 씩 구입 사육하면서부터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면민들의 관심들이 높아지자 2년 만에 음성군내에 37사육농가에서 8천5백여 마리, 충북 도내 전체로 3백62농가에서 7만5천여 마리를 사육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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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코스요리.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특히 1989년에는 생극면 내에 수익분석 자료에 암수 500마리씩 1000마리를 사육할 경우 7천7백50여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며, -1990년 6월25일자 동아일보 기사- 이렇게 음성군 및 충북도내에서 사육한 꿩 대부분이'수안보(水安保)'에서 소비되었고, 이러한 농가들의 꿩 사육으로 인해 '수안보(水安保)'는 꿩 요리가 유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1989년 12월 8일 자 조선일보를 보면 '수안보온천등 내륙에는 각종 산나물에 구수한 된장찌개를 곁들인 산채정식, 꿩만두 토끼매운탕 오리고기요리등 산골특유의 별미가 다양하다'지금도 수안보에 토끼요리를 하는 것이 있지만 당시에는 토끼매운탕과 꿩만두 정도가 특식이었던 것 같다.

1994년 박명자가 꿩요리 기능보유자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꿩요리 전문점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하며, 현재 7농가에서 꿩을 사육하고 있고 약 70여 음식점에서 꿩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꿩 요리가 개발돼 샤브샤브, 불고기, 만두, 잡채, 탕, 육회, 탕수육, 꼬치구이, 전, 곰탕, 꿩동치미, 꿩생채, 꿩사과초밥, 꿩산나물전, 꿩 수제비 등 종류도 20여 가지가 넘는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홀로 떠나는 맛있는 여행은 리스크(Risk)가 많다.

특히 별미 집들은 음식 값도 비싸지만 1인분은 팔지 않는다. 왠만하면 2인 이상이다.

필자처럼 소식을 하는 경우 무리를 해서 2인분을 혼자 시켜 놓고 먹는다 해도 다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글을 써야 하니 내 돈 주고 사정해야하는 딱 한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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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군 식당.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다행히 꿩요리 명가라고 자부하는 대장군에서 코스요리를 시켜 시식을 하게 되었다.

이 집은 고종철(79세)씨 로부터 고향순 씨에 이르기 까지 40여년 간 꿩요리 집을 했다고 한다.

음식전체가 깔끔하고 담백하여 메뉴 한 가지 한 가지 맛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언제부턴가 음식 맛을 볼 때 항상 물 컵에 물을 따라 놓고 음식 하나 먹고 입을 헹구고 하면서 각 가지 메뉴의 맛을 본다.

그래서 많은 양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꿩 동치미는 꿩 육수로 담아서 그런지 맛이 진득한 맛이 나면서 깔끔하다. 그리고 꿩 생채 역시 아삭하니 시원하고 달콤하다.

그런데 이 집의 백미는 역시 꿩회[生雉膾]라 할 수 있다.

꿩회[生雉膾]는 주로 가슴살을 저며 내 온다.

사실 필자는 동치회(凍雉膾)를 먹어 본 적이 있다.

동치회(凍雉膾)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꿩고기 육질의 맛이 살아나 겨울철 보양식으로는 으뜸이며 예전에는 겨울에 꿩을 잡으면 저장 해 둘 곳이 없어서 눈 위에 그대로 두어 꽁꽁 얼렸다가 귀한 손님이 오실 때면 가슴살을 발라내 육회로 이용하였다. 예전에는 충청남도에서 즐겨 해 먹던 향토음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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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회.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이 동치회(凍雉膾)는 조선후기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했던 풍석 서유구(徐有, 1764~1845)의 실용백과사전『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조지(鼎俎志) 얼린 꿩회 즉 동치회(凍雉膾) 만들기인 동치회방(凍雉膾方)이 나온다.

동치회(凍雉膾)는 꽁꽁 언 꿩의 가슴살을 포 떠서 고기 결대로 가늘게 채 썰어 놓고, 채 썰은 꿩고기에 설탕, 간장, 깨소금, 참기름, 파, 마늘 다진 것을 넣어 버무린다. 배는 채 썰어서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놓고 꿩 육회를 소복히 담은 후 마늘을 얇게 저며 얹어 소스를 곁들인다. 소스는 절구에 넣고 찧은 통깨, 마늘, 생강에 육수를 부어 체에 거른 후, 걸러진 국물에 설탕, 식초, 겨자를 혼합하여 사용한다.

이 집은 어쨌든 얼리지 않은 생치회(生雉膾)다.

참치의 뱃살을 보는듯한 색감에 맛이 아주 부드럽고 찰진 맛이 납니다. 아마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때문이겠지요.

생치회(生雉膾) 두 줄을 순식간에 게 눈 감추듯 다 먹어치웠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게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꿩 사과초밥 역시 부드러운 꿩회의 맛과 사과향이 은은하게 코끝에 와 닿는다.

꿩 꼬치도 먹을 만 했지만 꿩 산나물전은 약간 퍼석한 맛이 나고 예상했지만 꿩 불고기는 고기가 뻣뻣한 것이 입안에 번지는 잔향이 필자의 입맛과는 잘 맞지 않다.

그러나 꿩 육수로 만든 꿩수제비는 꿩 육수 특유의 깔끔하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식욕을 돋군다.

신라의 태종 무열왕은 꿩고기를 유난히 좋아했다고 하는데, "하루에 쌀 세 말, 꿩 아홉 마리를 먹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라고 할 정도라고 한다.

조선의 임금 중 가장 장수한 영조도 꿩을 무척 좋아했는데, 『영조실록(英祖實錄)』을 보면 "송이, 생전복, 새끼 꿩, 고추장 네 가지만 있으면 밥을 잘 먹는다"라고 적혀 있다.

필자 또한 꿩 코스 요리로 포식을 하고 나니 왕의 식사를 한 것 같이 만족하다.

꿩은 우리 민족에게 옛날부터 매우 친숙한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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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수제비.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특히 사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는 꿩은 아주 좋은 사냥감이다.

우리 속담에 '꿩 대신 닭', '꿩 먹고 알 먹고'라는 말이 있듯이 적당한 것이 없을 때 비슷한 것을 대신 쓰는 경우를 '꿩 대신 닭'이라 하고,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누릴 때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을 쓴다.

이렇듯 속담에도 나오듯이 꿩과 닭은 생김새와 행동, 습성이 매우 유사하다.

조선 전기 문인인 성현(成俔, 1439~1504)이 저술한 수필집인 『용재총화(齋叢話)』에도 "닭과 꿩이 서로 비슷하고, 오리와 기러기가 비슷하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 꿩과 닭은 둘 다 닭목(Galliformes)에 속한다.

꿩은 수꿩과 암꿩의 생김새가 무척 다르다. 수꿩인 장끼는 빛이 화려하고 곱지만, 암꿩인 까투리는 그렇지 않다. 일부다처제의 조류는 이처럼 암수의 생김새에 큰 차이를 보인다. 수컷은 더 많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암컷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색깔과 장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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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만두.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공)
옛날에는 농한기인 겨울이 아니라면 꿩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 일단 늦은 봄 이후에는 꿩이 풀을 뜯어먹으므로 꿩고기에서 풀냄새가 나게 된다. 꿩고기가 떡국에 들어가는 이유는 가을에 벼나 작물의 열매를 먹은 뒤라 이런 냄새가 거의 없고 먹이로 인한 담백한 맛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사실 야생 꿩은 암컷이 수컷보다 살이 더 야들야들하고 맛있다. 아주 늙은 꿩은 서늘한 곳에서 혹은 건조한 상태로 2~3일 숙성한다. 그러나 양식으로 기른 꿩은 부패할 우려가 있으므로 숙성하지 않는다.

꿩고기는 0.5~1kg으로서 대부분 가슴에 있으며. 다른 조류의 육류에 비해 지질이 적고, 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꿩고기는 타 육류와 달리 섬유소가 가늘고 연하며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양질의 고단백·저지방 식품이며, 회분에는 뼈와 치아형성에 필요한 칼슘, 인, 철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 되어 노약자 및 성장기의 청소년 어린이에게도 훌륭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꿩고기에 함유된 지방산은 오메가-3 지방산으로 이것은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는 것을 억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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