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충서삼묵회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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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충서삼묵회전을 찾아서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07-22 08: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충청서도 제3기 대표작가 2회 개인전이 대전 예술가의집 3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7월 17일(수)~21일(일)까지 대전 예술가의집 3층 전시실에서 '충서삼묵회' 8인 회원전이 열린 것이다.

충서 삼묵회는 2019년 충청서도(대표 조태수) 제3기 대표작가로 선정된 8명의 작가들이 첫 개인전을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열었고 이후 삼묵회를 결성하여 분기마다 모임을 갖고 연서(硏書)하면서 5년만에 2회 개인전을 열게 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문봉(文峯) 성락희 작가를 비롯하여, 정촌(靜村) 서정목 작가, 소우(小又) 선진규 작가, 효정(曉庭) 배순이 작가, 지원(芝園) 성기순 작가, 천산 최명규 작가, 월곡(月谷) 김용근 작가, 사계(四季) 고재윤 작가 등(도록에 게재된 순서), 뛰어난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 포스터
충서 삼묵회전 포스터
이번에 전시된 이들 여덟 명 작가들은 서예(書藝)의 대가들이다. 그런 분들에 대한 평을 문외한(門外漢)인 필자가 장황하게 늘어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 필자가 만난 세 분들의 작품을 먼저 소개하는 것으로 보람 삼아야겠다.

2금강경
성락희 작가의 1만1600자로 된 '우리말 금강경' 앞부분 일부를 확대했다.
우선 문봉(文峯) 성락희 작가의 1만1600자로 된 '우리말 금강경'과 서정목 작가의 5200자 예서체 한자로 된 금강경 원본. 이 두 작품들은 서예 작품이라기 보다는 온갖 정성을 담아 제작한 '보화'라고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몇 달에 거쳐 정성을 쏟았을까?

3 금강경
서정목 작가의 5200자로 된 예서체 한자로 쓴 금강경
대나무 송곳을 수백 개 만들어 판에 줄을 친 다음, 5200개의 빈 칸을 만들고 그 네모 칸 안에 세모(細毛)의 붓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넣는 정성을 쏟았을 것이니 이 무더운 여름 날 흘러내린 땀방울은 그 얼마나 되었을까?

경탄을 보내며 그들 두 작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미소 짓는 부처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것이 있다면 부처님 얼굴엔 주름살이 없지만 이들 두 老 작가의 얼굴에는 세파에 찌들린 주름살이 있다는 것이다. 서 작가의 해설에 의하면 궁극적 실체가 '공(空)'이고, 그것만이 진리(眞理)라는 것이다. 또한, 영원불멸의 법(法)이라는 기준을 앞세우면 이런 것들이 다 방편이고, 부질없으며, 일시적인 것으로써 얼마 후에 사라질 것들이기에 낱낱의 성정 자체가 부정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탱화 작가들은 수많은 보살들에게 화려하고 장엄하게 옷을 입혔을 것이다.

'금강경(金剛經)'은 대승불교 초기의 공(空) 사상을 담고 있는 반야 계통의 경전이라 하는데, 대략 2세기 무렵 인도에서 성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동아시아에 널리 유포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의 불교 유입 초기에 전래되었다 전해진다.

성락희 작가는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그래서 관람도중 이시형 박사의 저서 '배짱으로 삽시다'를 보며 필자가 내용도 좋고 글씨도 뛰어난 데다가 내용을 잘 배치하여 눈에 잘 들어 온다고 하자 이날 관람하며 함께 설명을 들었던 30여 명의 지인들께 정성스레 쓴 글을 작은 액자에 담아 보내 주었던 것이다.

5 qo
정성스럽게 제작하여 지인들께 나누어준 소액자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과연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 또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생각을 자신있게 갖도록 해주는 것이 성락희 작가가 액자에 담아 선물한 '배짱'인 것이다. 그럽시다. 우리 모두들 배짱있게 삽시다.

사설이 길다. 그래서 이들 두 작가들이 위에 쓴 금강경으로 보아 혹시 불심(佛心)에 빠져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 술 한 잔 하자고 꼬드겼다. 술 잔을 들면서 주님을 전도하기 위해서다.

"예수님, 주님을 전도하기 위해 술 한 잔 하는 것은 죄가 안되는지요?"

주태백인 무공 김정수 화백을 앞세워 술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게 웬 일. 안으로 들어서니 스무 명이 넘는 친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전 사범 12회 동기동창들이라 했다. 대전사범 12회라면 벌써 망구(望九)를 바라보는 나이들인 것이다. 이동주 회장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고 한영이라는 친구는 서울서 달려왔다 했다.

강조(康釣)라는 친구는 교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평교사 근무를 했다고 자랑이다. 나이는 들어 얼굴 마다에는 주름살로 수를 놓았지만 배짱이 두둑하고 자신 만만해 보였다. 전도의 길이 이들 동기동창들 때문에 막히게 되었다.

예수님 전도 하기가 막혔는데 예서 더 말해 무엇하랴.

정촌(靜村) 서정목 작가로 넘어가자.

정촌(靜村)은 매화를 주로 그렸다. 매화를 그리되 매화를 의인법으로 표현해 퇴계 선생님의 유언으로 당부하였던 것이다.

보자, 그 당부를.

知心只許竹和松 (지심지허죽화송) : 마음을 아는 건 단지 대나무와 소나무만 허여하니

吐露何嫌雪月中 (토로하혐설월중) : 꽃피우는 것을 눈에 비치는 달 속에 무엇을 꺼리랴.

還有苦吟多病客 (환유고음다병객) : 도리어 괴롭게 읊조리는 많은 병든 나그네 있으니,

一生懷抱偶然同 (일생회포우연동) : 일생의 회포 우연히 같구나.

6
서정목 화백의 '홍매'
매화는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만개하여 전국을 환상적인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맘 때 되면 서 화백은 이젤을 둘러메고 화엄사 매화길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매화 한 줄기를 화폭에 담을 것이다. 그는 매화를 그리되 '백매'가 아닌 '홍매'를 즐겨 그렸다. '홍매'를 화폭에 담되 한자로된 금강경을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쓰듯이 꽃봉오리 한 송이 한 송이를 정성들여 화폭에 담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매화도에는 향내가 난다. 서정목 화백의 정성으로 인한 향내인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라. 매화향보다 더 은은한 향이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넘어가자.

효정 배순이 작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버드나무 아래 연못에서 노니는 오리 두 마리를 그렸다.

버드나무는 언뜻 보기에 나목이 아닌 고목처럼 보였다. 살아있는 나무를 그린 것이 아닌 고목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조롱이나 하듯 정답게 노니는 오리 한쌍을 그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게 하였다. 필자는 배순이 작가의 묘한 심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자신도 늙어감에 따라 젊은 연인들의 아름다운 행동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기에 저런 그림을 그렸나?

7
배순이 작가의 '봄날의 여유'
풍경화는 사실묘사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사물보다도 가장 넓은 공간을 표현해야 되기 떄문에, 원근감(공간감)이 잘 표현되어야 하고, 원근감을 잘 나타내려면, 원경트, 중경, 근경의 세 요소가 잘 표현되어야 하는데. 투시도법이나. 공기원근법을 이용하면 원근감이 잘 나타난다.

보라, 배순이 화가의 그림에 등장한 오리 한쌍이 노니는 모습을.

표현 대상의 취사 선택 또한, 화면의 조화를 생각하여 대상의 형태를 부분적으로 빼서 구도를 정하였고, 화면에 보다 생기를 주기 위해 인물을 그려주는 '점경인물'도 아예 없애 버렸다. 정답게 노니는 오리 한쌍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정답게 노니는 오리 한쌍에 방점을 찍었을까?

사랑하고 싶은 여인이다. 언젠가 만나면 사랑을 고백하고 그 외로움을 나누고 싶다.

따귀 맞을 각오는 필수 요건일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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