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인 대전문학회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20일에는 안시찬 시인의 시 콘서트가 있다고 했다. 임형선 문우로부터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회원들의 작품들 수 백여 점이 전시실을 메우고 있었다.
이장우 대전시장께 함께 관람하시자고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미국 출장중이라 한다. 대신 양동훈 비서관이 식사를 하다말고 달려왔다.
작품 몇 점을 소개해 보자.
문학동인 대전문학회 시화전에서 필자와 양동훈<왼쪽 네번째> 비서관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빨랫줄
임형선 /시인
어머니 아버지가 이어 놓은 가족의 연결고리
해질녘이 되니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한 일자로 휴식중이다
고단한 어제를 다 씻어내고
뽀송뽀송한 새날을 준비하는 동동거리는 손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른 한 가족의 묶음
어머니의 손때 묻은 빨래집게 의지하고
한 줄로 올라타고 앉아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그네를 탄다
할머니 할아버지 밥상에 앉지도 못했던
옷가지도 같은 줄에서 나부낀다
질척한 일상
물기를 걷어가겠다는 햇볕과 바람의 약속
바지랑대 끝에 앉은 고추잠자리가 증인이 된다
버거운 대가족
아버지의 바지랑대가 하늘 향해 떠받쳐 준 핏줄
총량을 초과한 더버기 빨래들이
투덜댔던 것도
단출한 빨랫줄이 된 지금
거꾸로 매달린 청바지
가랑이에서 떨어졌던 수정
구슬에 꿰어두고 싶었는데
집 떠난 자식을 기다리는 어미의 마음을
방울방울 엮어
빨래집개가 꼭 붙들고 있다
비 오는 날 오후에
임형선 시인 |
형광등
배상정/시인, 사무국장
초침이 자정을 넘자
짜잔 나타난 데이지꽃 요정
촛불 두 개와 엄마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
태양보다 더 빛나는 딸의 눈동자
어버이날 특별 선물이야
어릴적 사진과 손으로 쓴 편지
딸의 이야기 가득 채운
'자식 탐구 영역' 노트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후회하는 것
알아서 할테니 잔소리 하지마
서러워 울던 일 있었다
발리 여행 보내 줄게
마라탕 좋아하는 것 말고
무얼 아는가
눌러야 깜박깜박
형광등 같은
배상정/시인, 사무국장 |
낮달
홍혜숙/시인
먼 하늘
높다랗게
떠 있는 뭉게구름
날 따라 오라고
지난밤
날 새운 낯달
수줍게
하품하네
홍혜숙/시인 |
고백
홍명희/시인
나 오늘 밤 당신을 사랑하려 해
이팔청춘 뜨거운 가슴은 아니지만
살구꽃 연분홍
보드라운 미소는 이제 없지만
가마솥 한가득
펄펄 끓는 심장을 송두리째 내어주고
그래도 아쉬워
꽃눈처럼 사라지는 잿빛눈물로
군고구마 몇 개라도 굽고 싶은
저 시들시들한 장작불의
마지막 춤사위처럼
기억의 가장 먼 저 편
발가 벗고 울음 울던 그 날
어머니의 질퍽한 산도를 지나
이 땅에 맨 처음으로 버려졌던
그 아득한 고통의 신비로운 기억을 안고
맨 처음인 것처럼
아니면 세상의 맨 끝인것처럼
나사로의 손 끝
물 한 방울 기다리는 목마름으로
나 당신을
저 깊은 강 소용돌이처럼 사랑하려 해.
홍명희 시인 |
아쉬움이 있다면 회원들의 우수한 작품들을 이곳에 게재하지 못한 점이다.
그러나 기회는 얼마든지 많다. 그때마다 오는 기회를 잡을 것이다.
문학동인 대전문학회의 발전을 기대한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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