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불러보면 친구야
마음 깊은 곳 어디인가
환한 등 하나 걸리고
아파했던 시간들 모두
크리스마스 점멸등 깜박이듯
그때의 얼굴로 돌아오고 있는데
서로 마주보고 있던 자리
함께 나누던 이야기들이
별똥부스러기처럼 흘어지는데
각자의 조각난 기억 붉히며
한 시절 이야기를 꿰맬 때
친구가 나를 좋아했더라는 그 말이 설렜지
서로 힘들었던 시절
외면하며 걸어 갔던 길 끝에는
꽃잎처럼 여린 사랑이 피어
퍼내도 지워지지 않는 무늬
혼자가 아니었던 거야
더 많은 기억으로 나를 주목해주는
푸르고 푸른 목소리
오십년 동안 뒤척인
얼굴, 응 여기 왼쪽 세 번째 줄
희고 검은 해 그림자 비친 언덕에서
한때의 우리 나란히 오고 있었지
홍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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