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의회. |
18일 열린 음성군의회 제369회 제1차 본회의에서 2356명의 주민 서명으로 발의된 생활임금조례 제정안이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더욱이 의원들이 합의해 수정 발의한 안까지도 부결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와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 음성민중연대 등 지역 노동·시민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군민의 뜻을 무시하고 천대하는 행위"라며 군의회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의원들이 합의한 수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한 무능한 의회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켜줬다"며 "음성군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생계비를 넘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지급을 보장하는 제도다.
단체는 "음성시 승격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정주여건 개선과 함께 생활 가능한 임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체는 이번 사태에서 의원들의 이중적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조천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정안에 의원 8명 전원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영호 의장을 비롯한 4명의 의원이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단체는 이를 두고 "수정안에 찬성하기로 합의한 동료 의원은 물론, 군민들까지 우롱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의회 간담회 등을 진행해왔다"며 "그럼에도 의회가 군민의 요구를 외면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또 "토론 없는 의회, 권한만 챙기는 의회에서 우리는 지방자치의 멸종을 본다"며 의회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음성군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특별한 부가가치 산업이 없는 음성군에서 공공부문이라도 최소한의 노동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며 "음성시 건설과 지역소멸 대책을 말하려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민이 바라는 생활임금조례안이 음성군의회를 통과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향후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단체는 "의원들은 구름 위에서 '의원 놀음' 그만두고 내려와 주민들 옆에서 공복으로 일해야 한다"며 "선거 때의 약속이 '의원 놀음'이었다면 즉각 사퇴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 음성민중연대는 22일 음성군의회 회의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조례 반대 의원들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해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음성군의회 의원들의 이번 행태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우리의 서명이 무시당한 것 같아 허탈하다", "의원들이 주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이 사안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음성=홍주표 기자 32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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