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5개월을 넘기면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사직하는 등 응급 진료전달체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
18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교통사고나 추락, 절단 등의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했을 때 찾는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조용한 사직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전문의가 사직하면서 운영이 중단된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처럼 대전 대학병원에서도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이탈이 적지 않다는 것. 의대증원 발표 후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학병원 응급실에 진료역량을 지키기 위해 중증 환자만 이송·수용하는 진료체계가 유지됐으나, 지금은 그러한 진료체계가 다시 유명무실해 경증의 환자들이 응급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학병원 대부분 입원실을 축소한 탓에 응급 진료 뒤 입원시킬 수 없는 환자들에 외래진료를 안내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이 과정에서 응급실 의료진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응급실에서 손과 발이 되어준 전공의가 부재한 상황으로 5개월째를 맞으면서 피로와 업무집중 어려움을 호소하며 퇴사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대학병원 응급실의 경우 대개 6~8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돌아가며 환자를 맞고 있지만, 지금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2~3명뿐이고 가정의학과 등의 의료진을 대체 투입하고 있다. 생명을 다투는 환자가 발생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원 됐을 때 종전에 수술 가능한 전문의가 1~2명씩은 병원을 지키고 있었다면, 지금은 수술은 어려워 처음부터 '진료불가'를 안내하거나 다른 수술가능 병원을 찾는 실정이다.
대전 응급의학과 한 교수는 "전공의 없는 응급실의 경우 처음부터 경증의 응급환자를 주로 진료해 지금도 진료 역량에 차이가 없겠으나, 대학병원 응급실은 사정이 달라졌다"라며 "응급실에서 더는 일을 못하겠다고 떠나는 전문의가 발생하고, 급하니까 응급의학과 아닌 의료진으로 빈자리를 채워 응급실을 지키다보니 중증의 부상이나 질환에 응급진료 영역에서 역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가 큰 상급종합병원의 당직수당과 신규채용 인력 인건비를 지속 지원하고, 전문의 중심 대학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광역응급상황실의 전원, 이송 업무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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