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90년대 말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실직위기에 놓인 어느 회사원이 그날도 힘든 회사생활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어느 카센터를 지나게 됐는데, 그 카센터에 위 문구가 적혀있어 있어 궁금해 카센터 사장에 그 의미를 물었다고 한다. 사장의 대답은 이렇다. 손님들은 위 네 가지를 원하지만 신속, 정확하고 저렴하게 차 수리를 원하면 카센터에는 친절할 수가 없으며 신속, 정확, 친절한 서비스를 원하면 저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손님은 친절하고 저렴하고 정확하면서도 신속하게 수리해 주기를 원하겠지만 카센터 입장으로서는 4개의 서비스에서 어느 3개는 반드시 그 나머지와 상충돼 카센터에서 모두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정보 활용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AI(인공지능)가 촉발해 선도하고 있는 지능정보화 사회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으며, 우리 생활 속에 활용되는 기술들은 급속하게 AI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자연스럽게 AI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AI기술은 대표적으로 환자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관심 대상의 특징을 추출하거나 물체나 동물의 분류를 통해 인식하거나 또는 통계를 통해 주식이나 날씨 등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AI기술에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모든 것에 통용되고 완벽한 AI기술은 없다는 의미다. AI기술이 개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암을 진단하는 AI기술을 만들기 위해선 암환자와 정상인(대조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암환자와 정상인을 구분하도록 모델을 만들고(이를 'AI 모델을 학습시킨다' 라고 한다), 진단하고자 하는 대상의 데이터를 AI모델에 입력해 암환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AI모델의 결괏값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여러 시간 동안의 기상조건과 그에 따른 비, 맑은 흐름 등의 날씨의 상황을 가지고 기상조건을 대입하는 그 상황에서의 날씨를 예측하도록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개발된 AI모델에 기상조건을 입력시켜서 나오는 값으로 날씨를 예보한다. 즉, AI기술은 개발하고자 하는 환경과 그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가 많은 대상들을 정확하게 분류하거나 인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증가해 계산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정확하고 신속한 분류를 원할 때는 분류하고자 하는 대상에 한정돼 AI 모델을 개발할 수밖에 없어 활용 분야가 적어지며 다른 분야에 대한 결과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하고 신속하면서도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AI기술의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공짜 점심은 없다' 이론(no free lunch theorem)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기술은 많은 분야에서 그 활용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는 문서를 작성하거나 정보를 수집하여 생성하고자 할 때 'Chat GPT'라는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활용하는 추세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AI은 절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으며, 통계적 추론을 제시하기에 100% 신뢰도 금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의견과 주의다. 'ChatGPT' 등 AI가 사용되는 컴퓨터는 'garbage in, garbage out'이다. 즉 형편없는(쓰레기) 입력데이터에 대해선 형편없는 결과가 초래되기에, 효율적으로 AI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선 당연히 사용자의 지식과 이해가 절대적으로 그 결과의 효용성을 좌우하게 된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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