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천의 호남선 아호천철교 밑으로 불어난 강물이 아슬아슬 지나고 있다. 다리 높이가 낮고 교각간 간격이 좁아 하천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7월 10일 이날 호남선은 불어난 물로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사진=임병안 기자) |
7월 10일 새벽 충남 논산에 시간당 90㎜ 극한 호우가 쏟아진 때 대둔산 갑천 상류의 논산 벌곡면 부엉골교 수위는 3.26m까지 치솟았다. 제방이 유실될 수 있는 하천수위 '심각단계(2.79m)'보다 50㎝ 높게 물높이가 만들어진 것으로, 금강홍수통제소가 제공하는 그래프에 최고 수위가 표시되지 못할 정도로 치솟았다. 같은 날 오전 4시께 시간당 84.1㎜ 폭우의 금산에서도 남일면 황풍리에 있는 봉황천은 오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2시간 사이 수위가 2.43m에서 5.09m까지 2.66m 수직 상승하며 극한 호우를 토해냈다.
▲폭우 뒤 하천 수위 용수철 상승
비 내리는 양상이 폭우를 넘어 극한 호우로 바뀌면서 빗물이 모이는 하천의 수위도 극한의 정점까지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도일보가 금강 본류를 비롯해 대전과 세종·충남 하천에 설치된 수위 측정소 123곳의 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7월 10일 호우에 따른 하천 물높이 변화를 관찰했다. 하천에 자전거도로가 침수되는 정도의 수위를 관심단계로 설정하고 하천에 자라는 수목의 허리쯤까지 물이 찼을 때 주의단계 그리고 경계단계를 거쳐 하천 수목까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월류현상이 예상되는 때 심각단계까지 4단계를 설정해 관리한다. 심각단계에서는 저지대와 취약구간 주민들은 제방유실과 월류상황에 대비해 대피하게 된다. 호우에 따른 하천 수위변화 전수조사를 통해 7월 10일 오전 충청권 하천에 설치된 123개 수위 관측소 중 18곳에서 하천 물높이가 심각단계를 초과하는 사실상 홍수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산 복수면 문암교를 비롯해 백암교, 추부면 원당교, 남일면 음대교, 환풍교, 제원면 제원교에서 각각 물높이가 계획홍수위를 넘었다. 대전에서도 갑천의 서구 가수원·복수·용촌·한밭대교에서 월류와 저지대 주민대피가 요구되는 심각단계 이상까지 불어났다. 논산에서는 벌곡면 부엉골교를 비롯해 논산시 야호교, 양촌면 인천교에서 각각 심각단계 수위를 넘어 교각 바로 아래까지 강물이 넘실대는 게 목격됐다. 하천 수위가 심각단계를 초과했다는 것은 제방 최고 높이까지 1~2m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으로 수압으로 제방이 무너지거나 하천수가 제방을 넘어 저지대를 침수시킬 위험이 커진다.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이번 폭우는 짧은 시간 좁은 곳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관측 그래프를 봐도 하천 수위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라며 "실제 홍수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 단계를 넘어선 하천에서는 폭우 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7월 10일 새벽 대전 정림동 지역 강우량 그래프(위)와 같은 시각 갑천 가수원교 수위 변화 그래표(아래). |
대전과 충남에 폭우를 넘어 극한 호우가 쏟아졌을 때 빗물이 지표면을 따라 하천에 모여 최고 수위까지 상승하는 데 단 2~4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대전지방기상청이 집계한 7월 9일부터 10일 사이 강우량 상세 데이터를 보면, 10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6시간 동안 부여 양화에 강우량 240.5㎜를 기록했다. 같은 6시간 동안 서천 231㎜, 논산 연무 194.5㎜, 금산 180㎜, 논산 171.5㎜, 부여 135.1㎜, 대전 정림 119㎜ 등이다. 이날 오전 2시 15분께 서천에 111.5㎜ 비가 한 시간만에 쏟아졌는데 하루 동안 고르게 내렸어도 폭우로 기록될 양을 60분에 기록한 것이다. 시간당 최대강우량 정점을 보면, 오전 2시 9분께 부여에서 시간당 106㎜, 오전 3시 23분께 논산에서 시간당 90㎜, 오전 4시 14분께 논산에서 시간당 84.1㎜, 오전 3시 34분께 대전 정림에서 60.5㎜가 60분 사이 쏟아졌다. 이렇게 짧은 시간 폭우가 쏟아진 뒤 하천 수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 내 물높이가 극단적 수준까지 상승했다. 금산 문암교에서 오전 2시 30분께 수위 2.03m이던 것에서 수위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해 최정점인 5.65m까지 도달하는데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논산에 오전 3시 23분께 최고 강우량이 쏟아진 후 양촌면에 있는 인천교에서 오전 4시 10분께 심각단계(4.71m)을 넘어서 최고 5.43m까지 물이 불어나 6시 30분께서야 심각단계 아래로 수위가 내려갔다. 통행이 한때 통제됐던 갑천 한밭대교는 오전 6시 40분께 수위 6.19m까지 올라 심각단계(5.49m)를 넘은 상태였는데 갑천 상류인 논산과 대전에 시간당 최고 강수가 쏟아지고 3시간 뒤였다. 갑천 가수원교에서는 오전 4시 관심(2.8m)보다 조금 낮은 2.66m에 머물던 물높이가 오전 5시 40분께 최정점인 4.63m까지 상승해 2시간 만에 2m 불어났다.
허재영 충남도립대 명예총장은 "이번 폭우에서 하천의 관리가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는 중으로 실제 제방 높이와 설계홍수위가 하천 설계기준에 부합한 지 조사하고 실제로 하천제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라며 "상류지역 불투수면적 증가 영향으로 호우 뒤 하천 수위의 즉각적 상승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폭우 때 홍수량의 일부를 차단할 저류공간 확보와 국민적 경각심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남 논산천 하류의 아호교가 낮게 설치돼 집중호우로 수위가 올라갈 때 하천 흐름에 방해를 주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금강수계는 금강처럼 국가하천 9개에 대전천 등의 지방하천 469곳으로 이뤄져, 총 연장만 3596㎞에 달한다. 금강유역환경청이 발생한 '금강 하류 하천기본계획 보고서'에 의하면 대전과 충남의 금강유역은 태풍에 의한 피해보다 매년 호우에 의한 피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피해액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범람이 우려되는 지역에 노후 교량이 하천 흐름을 방해하고 있어 재난적 폭우 상황에서 하천 월류와 제방 유실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하천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계획홍수위보다 높게 교각을 설치해 충분한 여유고를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강유역 11곳의 교량에서 계획홍수위 대비 교량 높이에 여유고가 부족한 실정이다. 또 교각과 교각 사이 너비를 최소 50m 이상으로 유지해 하천 흐름을 원활히 해야 하나 16개 교량에서는 교각 간 거리가 기준보다 좁아 물 흐름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주 금강교는 금강의 계획홍수위 18.98m보다 고작 1.09 높은 상황으로 여유고를 2m 이상 높게 유지하도록 하는 기준에 미달해 언제든 불어난 물이 다리 상판을 때릴 수 있다. 또 교각 간 거리도 기준 50m에 절반 수준인 24m로 짧아 하천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옥천의 가덕교 역시 84.52m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81m에 교량이 설치됐고, 교각간 거리도 32m 수준으로 기준보다 17m 짧다. 대전 서구에 있는 옛 가수원교를 비롯해 호남선의 철교가 건설한 지 오래돼 하천 계획규모에 적합하지 않은 곳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지난 20년간 자연재해 원인별 분류표. (그래픽=하천관리기본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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