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전서구청 앞에 걸려 있는 용촌동 수해복구 주민 대책위 현수막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홍수 완충 역할을 해왔던 대규모 논 부지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빗물이 하천으로 유입돼 유량과 유속이 급증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수해 가능성에도 제방 관리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재'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전시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17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전날부터 용촌동 수해복구 주민대책위원회는 대전 서구청 앞에 '평촌산업단지 조성에 의한 용촌동 침수 피해 신속하게 보상하라', '용촌동 수해피해는 예견된 사회재난'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상태다.
앞서 7월 10일 새벽 집중호우 당시 용촌동 정뱅이마을 인근 갑천에 있던 제방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쏟아져 마을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다. 제방이 무너진 이유 등 정확한 피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공사가 진행 중인 평촌산업단지 조성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전시와 서구의 공약사업인 평촌산업단지는 서구 용촌동, 평촌동, 매노동 일대 85만 9000㎡(약 26만 평) 부지에 조성되고 있다. 2021년 4월에 착공돼 올해 말 준공이 예정돼 있다. 갑천을 사이에 두고 용촌동 정뱅이마을 주변에서 유실된 제방과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공사 중이다.
마을 주민 A 씨는 "공사가 진행 중인 부지는 원래 대규모 논밭이었고 제방이 터진 지역과 멀지 않다"며 "산도 밀어버리고 빗물을 저수해 작은 댐 역할을 하던 논도 없어지면서 갑자기 개활지가 되다 보니 많은 면적의 빗물이 한꺼번에 하천으로 유입돼 하천의 유속이나 물 흐름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 대책위는 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근 지역의 수해 가능성 조사와 예방 검토 등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인재'임을 주장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지난 수십 년간 마을에 침수 피해가 없었던 점도 이유로 들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마을이 저지대에 있고, 인근의 하천은 계룡산과 대둔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류하는 지점"이라며 "하천수위가 높아져 주민들이 그동안 하천에 있는 콘크리트 보를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라바보로 교체해달라고 지자체에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주변에서 대단위 공사를 한다면 적어도 인근 하상 상태라던가, 제방 상태 점검을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전시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영향은 없었을 것이란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공사지가 콘크리트로 다 덮여 있는 상태도 아니고, 나대지인 상태"라며 "현장에 나가 확인해봤지만, 혹시라도 토사들이 갑천에 흘러 들어갔다면 영향이 있겠지만, 그쪽으로 토사 유실된 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방 유실 자체가 인재라며 정확한 원인 조사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변에 교각이나 보가 있으면 하천 소용돌이 현상으로 제방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단지 공사로 인한 수량이나 유속 영향도 더해져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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