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수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수해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4-07-17 17:43
  • 신문게재 2024-07-18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40717131656
정바름 기자
지난주부터 수일째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지는 비가 올해는 더더욱 달갑지 않다. 지난 10일 새벽 폭우에 서구 용촌동에 있는 정뱅이마을 전체가 침수됐다. 이날 오전부터 이틀 동안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고 이재민들을 만났다. 새벽에 마을 인근의 갑천 주변 제방이 터지면서 하천물이 저지대인 주택가를 덮쳤다. 주민들은 급하게 핸드폰과 지갑만 들고 대피한 상태였다.

배수 작업이 끝난 마을을 다음날 다시 방문하니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처참했다. 하천물에 떠밀려온 토사로 마을은 온통 뻘밭으로 변해있었다. 도로와 주택마다 끈적끈적한 진흙이 쌓여 한발 한발 내딛는 게 힘들 정도. 주택 내부는 더 심했는데, 흘러들어온 토사물이 여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였고 전자제품 등 가재도구들은 쓰러지고 진흙 속에 뒤엉켜 있었다.

빗물에 모든 것이 떠내려갔음에도 정뱅이마을 주민들은 따스함을 잃지 않았다. 피해 현황을 묻는 것조차 말문이 턱 막히는 상황. 짜증을 낼 것이란 내 예상과 달리 주민들은 "더운 날씨에 일하느라 고생한다"며 오히려 격려해줬다. 뻘밭을 걸어 다녀 신발에 진흙이 잔뜩 묻은 것을 보고는 마당에 있던 호스로 물을 틀어 신발을 닦을 수 있게 배려해준 분도 있었다. 주거공간에 차량까지 침수돼 피해가 심했던 분이다. 고지대에 있어 다행히 침수 피해가 없었던 한 노부부는 집에 있던 음료수들을 잔뜩 갖고 나와 주민들과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의미로 음료를 하나씩 나눠줬다.

이때 전날 도안동의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현장에 갔던 후배 기자의 얘기가 생각났다. 인근에 있던 하천 범람으로 2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긴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입주민이 후배에게 다가와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피해가 더 심한데, 왜 우리 아파트로 취재를 오냐. 옆 아파트를 가라"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물론 차량이 주차된 지하 주차장 전체가 침수돼 슬프고, 화가 날법한 상황이다. 이해는 하지만 우리 아파트 말고, 옆 아파트를 취재하라며 소리친 점이 그리 곱게 보이진 않았다.



지난 10일 내린 폭우로, 6일이 지난 지금도 서구의 수해 지역 43가구, 81명이 대피소에서 지내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이번에 극심한 비 피해를 입은 충남 논산과 서천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시설복구비 일부를 국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서구청은 피해 조사를 조속히 끝낸 후 신청을 할 예정이다. 정뱅이마을에 사는 어르신 4~5가구는 흙집에 거주해 붕괴 위험으로 집을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서구의 주민들이 같은 아픔을 또 겪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힘써주길 바란다.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중부경찰서 선화파출소, 중구 재개발 구역 특별순찰
  2. 대전YWCA , 추석맞이 Y-큰장날 개최
  3. 세종시자치경찰위원회, 교통환경 개선방안 논의
  4.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찾아가는 방방골골 은빛영화 상영회’
  5. 대전사랑메세나, YWCA쉼터에 사랑 전달
  1. 유등노인복지관, 중문교회와 후원 물품 전달식
  2. 민관협력 회덕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석명절 키트 지원
  3. [수시특집] 나사렛대, 2025학년 수시모집 1213명 선발…간호학과 제외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어
  4. [수시특집] 나사렛대, "전국에서 등교가 가능한 대학이에요"
  5. 상명대 천안캠, 대학축제 'Deer For U_Youth' 개최

헤드라인 뉴스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공동주택 부정 청약자 10명 중 7명은 위장전입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를 높이기 위해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으로, 공정한 청약경쟁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청약 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를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9월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불법전매 및 공급질서 교란행위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이 합동점검을 통해 적발한 부정청약 건수는 모두 1116건에 달했다. 이 중 위장전입이 778..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 리더스시티 5블록에 입주를 앞둔 천동3구역 원주민들이 시행을 맡은 기업들과 분양가를 놓고 극한의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인근 4블록에 비해 5블록 분양가가 2500여만 원 높게 책정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원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6일 원주민과 사업 관계자 간 간담회가 예정됐지만, 양측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 해결은 묘연해 보인다. 5일 대전 동구 등에 따르면 천동3구역 주거환경개선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충남지역본부와 계룡건설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시공은 계룡건설 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 ‘가을은 수확의 계절’ ‘가을은 수확의 계절’

  •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