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구글에 부끄러움(shame)의 정의를 검색하면, '잘못되거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의식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굴욕감이나 괴로움'이라는 검색 결과를 제공해 준다. 부끄러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잘못되거나 어리석은 행동이 있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하고, 둘째, 그것 때문에 고통스러운 굴욕감이나 괴로움을 느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에게 잘못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기준이 낮은 사람은 그 행동이 왜 잘못된 행동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부끄러움은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된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이는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친사회적 행동을 하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동양에서는 부끄러움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자. 공자의 제자 헌(憲)이 공자에게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물었는데(憲問恥), 공자가 말하기를(子曰) 나라에 도가 있든 없든 봉급만 챙기는 것, 그것이 부끄러움이다(邦有道穀 邦無道穀 恥也)라고 하였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응당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겁이 나 모른 척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끄러움이라는 지적일 것이다. 이는 잘못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이고, 행동이 그 뒤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구글에서 행동을 더하였다. 영국 엑스터 대학의 돌레잘(Dolezal)과 동료(2022)는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에 발표한 그들의 논문에서 수치심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자의식적 감정으로 특징지어지며,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고 판단되는지에 대해 염려할 때 발생하는 경험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타인(실제, 상상 또는 단순히 내면화된 관점)에게 어떤 결정적인 면에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이거나 핵심 자아의 일부가 부적절하거나 부도덕한 것으로 인식될 때 수치심을 느낀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맞추어 부적절하거나 부도덕한 것으로 '인식'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제왕무치(帝旺無恥)'라는 말이 있다. 황제는 무슨 일을 하여도 부끄럽지 않다는 뜻이다. 황제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이 모두 법인데 황제가 법을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은 많고 또 생각이 다양해야 거기서 싸우고 합의보고 하다보면 정답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원시시대 때부터 생각이 다양해야 불시에 다가오는 맹수들의 습격에 반응하는 행동이 다양해질 것이고, 그래야 일부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컷을 테니까. 하지만 시민들이 시민들의 일을 대신하라고 뽑아준 공복(公僕)들이 시민들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비제왕무치(非帝旺無恥)"라고 하고 싶다. "황제도 아니면서 부끄러움도 모른다"고. 모든 '공복(公僕)'들에게 점수판을 하나씩 주고, 시민들이 부여하는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을 때 '옥시토신'을 자동으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코에 뿌리든 입으로 삼키든 부끄러움이라는 도덕적 감정에 더욱 민감해지도록.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