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민 국장 |
최근 통계를 보면, 국민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60.6㎏으로 쌀 소비량 56.4㎏을 넘어섰으며, 이 중 50%(30.1㎏)는 돼지고기다.
말 그대로 고기가 주식인 셈이다.
충남은 1058개 농가에서 229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데, 전국의 20%에 해당한다.
도내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돼지 축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이 낡고 오래된 개방식 축사로 근처에 가면 자연스레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돼지고기는 좋아하지만 정작 양돈농가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충청남도의 축산농가 악취 민원 건수를 보면 2020년 1077건에서 2023년에는 2084건으로 몇 년 사이에 두 배로 늘었다.
그 이유로 오래된 개방식 축사가 악취 관리에 취약하다는 점도 있지만, 농촌 개발로 도시화가 팽창되고 귀농·귀촌으로 새로운 주거 공간이 기존 양돈농장 인근에 조성되면서 갈등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도 이러한 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 현장에 적용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한계를 보였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시·군·구에서는 '가축사육제한 조례'를 제정해 축산농가의 신규 진입을 제한하고 새로운 장소로 농장을 옮기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결국, 축산분야에서 '신규 창업'은 불가능한 것이며, 늘어나는 민원과 지역개발로 인해 양돈농장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상황은 단순히 악취로 인한 주민 갈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어떻게 지켜낼 것 인가에 관한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면 미래를 준비해야만 하는 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축산업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22년 7월,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축산농가와 주민과의 갈등 문제 해결은 기존 농업·농촌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고 '스마트 축산 복합단지' 조성을 통해 미래 축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충남도가 말하는 스마트 축산단지는 돼지의 생산부터 도축 및 가공까지 전 과정이 한 곳에 집적화된 일종의 산업단지 개념이다.
축사는 완전 밀폐와 수세식 분뇨처리를 전제로 첨단 ICT 기술을 적용해 악취 제로(Zero)를 실현하고, 분뇨는 에너지화 과정을 통해 메탄가스를 전기나 수소로 전환하는 '탄소중립' 모델이다.
축산단지를 조성하면 지역 내에서 악취 민원이 심한 오래된 양돈농장을 이전시킴으로써 기존 주민에게는 더욱 쾌적한 정주환경을 만들어 주고 양돈농가도 후대까지 승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일터를 마련해 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간척지는 국가 소유이면서 면적이 넓고 위치적으로 주거지역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어 축산단지를 조성하기에 여러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충남도가 당진에 스마트 축산단지를 고려했으나,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무산됐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 미래의 축산업이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다.
주민과의 갈등이 없어야 하고,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하며, 후대 젊은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이덕민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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