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환상곡 展 모습 |
아미미술관은 충남 당진의 폐교(구 유동초등학교)를 재생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에코뮤지엄이자 다양한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사립미술관(관장 박기호)이다.
아미미술관은 능선이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닮은 아미산(蛾眉山)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시에 프랑스어로 친구(ami)라는 의미를 담아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또 오섬의 소금창고를 복원하고 날로 사라져가는 포구를 주제로 한 레지던시 등을 통해 당진의 건축·문화·풍속·생활상 등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개방하는 향토미술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아미의 여름에는 수국이 선사하는 화사한 풍경과 함께 매년 현대미술의 경향을 읽어보는 기획전이 열리는데 올해는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을 오픈했다.
'방랑자 환상곡'은 사실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형식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곡한 판타지로 분류한다.
오늘날 판타지는 음악보다는 문학과 영화에서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로 자리매김했으나 본래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의미하는 환상(幻想)을 뜻한다.
환상은 이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됨에도 불구하고 미술과 음악, 문학, 영화 등에서 형식의 구애 없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세계관을 한껏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종종 현실 세계과의 대비를 통해 '과연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환영(幻影, illusion)과 연결되기도 한다.
고대 인도 철학에서는 우리가 사는 물질적인 세상을 마야(maya), 즉 참모습을 잊어버린 채 무명(無明)의 상태에서 잠시 머무는 환영으로 보았다.
또한 16세기 네델란드 화가들은 해골 등을 그린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로 삶 자체가 공허한 것임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우리나라 판소리 단가에서도 역려과객(逆旅過客)이라 해서 '인생이 여관에 머무는 나그네와 같음'을 말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했다.
슈베르트 또한 비참한 현실을 견디며 이상적 세계를 향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긍정을 들려줬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 역시 환상과 환영에 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생 자체가 환영일 수 있음을 표현하고 타인과 모호한 경계를 이루는 '나'라는 실체에 의문을 던지며 나를 스쳐가는 타인조차 부유하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밖에 도시에서 목격되는 비현실적 경관이나 환상적인 자연 풍경들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대해 묻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을 극대화한 미술에서의 판타지까지 다양하게 아우름으로써 보다 다채로운 환상곡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당진=박승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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