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사태로 '인재'라는 비난과 70년 만의 강수로 예상하지 못한 '재난'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일부 시민단체, 주민 등은 "예산낭비 탁상행정이라며 경고했음에도 조성 공사를 강행했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금산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형사고발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밤 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유실된 봉황천 파크골프장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논란과 갈등을 겪었다.
수해와 하천 환경오염 등 제기되는 여러 우려 때문이었다.
54홀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이 곳은 2011년 금산군이 문체부 공모사업 선정으로 조성한 레저스포츠단지다.
2012년 3월 야구장, 파크골프장 등 체육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군이 하천점용(영구)을 허가했다.
당시 이 같은 사업계획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 언론, 주민 등은 "비만 오면 잠기거나 떠내려가는 상습침수 구역에 10억원을 들여 체육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했다.
이런 논란 속에 동호인 야구장을 조성된 첫해부터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침수 피해와 복구, 유지보수는 해마다 되풀이됐다.
예상됐던 일이다.
이처럼 해마다 반복된 봉황천 레처스포츠단지의 침수피해 발생은 하천둔치에 조성한 입지 때문이다.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을 준설한 뒤 여기서 들어낸 준설토를 사업부지에 쌓아 조성했는데 그럼에도 하천과의 높이는 1m 남짓에 불과했다.
많은 비가 아니라 하더라도 집중호우에는 상당히 취약한 구조다.
올해 36홀 추가 확장 계획 또한 이런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갈등과 논란을 겪었다.
군 또한 이런 여론을 의식해 대체 부지를 물색했다.
그러나 결국 회원 수가 급증한 금산군파크골프협회의 압박에 밀려 그대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런 결정은 참담한 사태로 이어졌고 대가는 컸다.
단 한 번의 폭우에 21억 8600만원을 들여 조성한 파크골프장은 준공 14일만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를 두고 '예견된 인재'라는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수몰 현장을 지켜봤던 금산읍 G씨(65)는 "비만 조금 많이 왔다 싶으면 침수되는 불 보듯 뻔한 자리에 수십억이 들어가는 골프장 조성이 말이 되는 얘기였냐"며 "자기들 돈 들어가는 사업이었으며 그 ××들은 못했을 것"이라고 거친 목소리로 행정과 파크골프협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사업을 주도했던 금산군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70년 만의 호우다. 이 정도는 예상 못한 일이다. 결과론적 얘기"라며 인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 주무부서 관계자는 "하천구역 내 침수는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모두 얘기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 밖에 안돼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인재'냐 '재난'이냐는 논란 속에 지역의 한 환경단체가 예산낭비 행정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민소송단을 구성해 형사고발 등 법적책임을 묻는 행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혀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산=송오용 기자 ccms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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