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별자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은빛 강물처럼 보이는 은하수가 퍽 인상적이다. 은하수를 이루는 별의 개수는 4천억에 이른다 한다. 변화무쌍한 별빛의 명암이 달빛에 반짝이는 윤슬 같아 강물이 된다. 순 우리말로 '미리내'라 불렀다. 고어에서 '미르'는 용을 뜻한다. 미리내는 용이 사는 시내라는 의미다. 수많은 미세먼지가 떠돌고 불빛이 난무하는 도심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여름철 북동에서 남동쪽으로 뻗어있는 밝고 두터운 모습이 장관이다.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다.
맑은 하늘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었던 옛 사람 감상도 다르지 않아, 동서고금에 수많은 이야기가 전한다. 그 중 '견우와 직녀'가 유명하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빛나는 별 견우성(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과 직녀성(거문고자리의 베가)이 동기가 된 설화이다. 홀수는 양수요, 칠석은 홀수 칠이 겹치는 날로 길일이라 여겼다. 칠석 무렵, 위의 별들이 중천에 떠올라 더욱 빛나기 때문에 서로 만나는 것처럼 보였을까? 설화가 본래 그렇듯이 전하는 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음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견우와 직녀 이야기다.
원래 직녀는 하느님(天帝)의 손녀로 길쌈을 잘하고 부지런하였다. 하느님이 손녀를 매우 사랑하여 은하수 건너편의 '하고(河鼓)'라는 목동(牽牛)과 혼인하게 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신혼의 즐거움에 빠져 맡은 일을 게을리 한다. 하느님은 크게 노하여 은하수를 가운데에 두고 다시 떨어져 살게 하고, 한 해 중 칠월칠석날 하루만 같이 지내도록 했다. 은하수 때문에 칠월칠석날도 만나지 못하자, 보다 못한 지상의 까막까치들이 하늘로 올라가 머리를 이어 다리를 놓아 주었다. 그 다리를 '까막까치가 놓은 다리', 즉 '오작교(烏鵲橋)'라 하였다. 칠석이 지나면 까막까치가 다리를 놓느라고 머리가 모두 벗겨져 돌아온다고 한다.
대안덕흥리벽화고분(大安德興里壁畵古墳)의 부분 |
북한 평안남도 강서군에 있는 대안덕흥리벽화고분(大安德興里壁畵古墳) 남벽 천정에 견우직녀 설화가 그려있다. 그림은 견우와 직녀가 이별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목동 견우가 소 끌고 떠나고, 개를 데리고 나온 직녀가 슬픔에 잠겨 배웅하고 있다. 둘 사이에 그려 넣은 선은 미리내의 상징인 듯하다.
이 고분은 1976년 12월 16일∼1977년 1월 20일에 걸쳐 발견, 조사되었다 한다. 널길의 동벽 입구에는 두세명의 인물상과 수문장, 서벽에는 동자와 함께 있는 인물상, 남쪽에는 두 개의 창을 든 수문장, 앞방에는 주인공의 일보는 광경과 천상세계, 통로의 동서벽엔 거가행진도(車駕行進圖), 널방 북벽에는 일상생활, 서벽에는 무예겨루기, 남벽에는 마굿간과 외양간, 동벽에는 불교행사가 그려져 있고, 여러 가지 장식무늬가 배치되어 있다.
동서벽의 남단, 북벽통로 입구 윗벽, 앞방 북벽 천장에 600여자에 달하는 묵서(墨書)가 있다. 이에 의하면 무덤의 주인공은 진(鎭)이며, 신도현에서 태어나 전위장군, 국소대형, 좌장군, 용양장군, 요동태수, 사지절 동이교위 유주자사 등을 지냈고, 나이 77세에 죽어, 영락(永樂) 18년(408) 12월 25일에 고분을 만들어 안장하였다고 한다. 절대연대가 새겨있어 당시 고분과 벽화양식을 대변해주기 때문에 매주 중요하게 평가된다. 북한 국보 156호이며, 2004년 유세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칠석은 대한민국의 주요 명절 중 하나였으나 기념하던 풍습이 거의 사라졌다. 칠석 무렵 유난히 부슬비가 자주 내려, 칠석 전 날 오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은 물이라 하여 세거우(洗車雨), 당일 내리는 비는 만나 기뻐 흘린 눈물이라 했다. 다음 날 새벽 내리는 비는 이별의 눈물을 뿌리는 것으로 쇄루우(灑淚雨)라 했다. 이날 까마귀와 까치는 오작교 만들려 모두 하늘로 올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처녀들은 바느질 잘하길 빌었으며, 장마 끝이라 옷이나 서책을 말렸다. 칠석차례라 하여 우물 청소, 우물고사도 지냈다.
남원 광한루원에는 이 장면을 지상에 구현해 놓았다. 월궁 광한루를 짓고, 은하수를 상징하는 못을 만들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설치했다.
보면 볼수록 풍부하고 아름다운 상상, 지혜에 매료된다. 얼마나 멋진 풍류인가?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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