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칠월칠석, 대안덕흥리벽화고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칠월칠석, 대안덕흥리벽화고분

  • 승인 2024-07-1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천문대에 가면 대개 천체투영관이 있다. 천문학, 우주과학 등의 대중교육을 위한 시설이다. 천체 모습을 지상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천체투영기로 반구형 스크린에 비춰 준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청명한 시골의 밤하늘이 펼쳐진다. 곧 쏟아질 것 같은 초롱초롱한 별들이 반짝인다.

다른 별자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은빛 강물처럼 보이는 은하수가 퍽 인상적이다. 은하수를 이루는 별의 개수는 4천억에 이른다 한다. 변화무쌍한 별빛의 명암이 달빛에 반짝이는 윤슬 같아 강물이 된다. 순 우리말로 '미리내'라 불렀다. 고어에서 '미르'는 용을 뜻한다. 미리내는 용이 사는 시내라는 의미다. 수많은 미세먼지가 떠돌고 불빛이 난무하는 도심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여름철 북동에서 남동쪽으로 뻗어있는 밝고 두터운 모습이 장관이다.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다.

맑은 하늘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었던 옛 사람 감상도 다르지 않아, 동서고금에 수많은 이야기가 전한다. 그 중 '견우와 직녀'가 유명하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빛나는 별 견우성(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과 직녀성(거문고자리의 베가)이 동기가 된 설화이다. 홀수는 양수요, 칠석은 홀수 칠이 겹치는 날로 길일이라 여겼다. 칠석 무렵, 위의 별들이 중천에 떠올라 더욱 빛나기 때문에 서로 만나는 것처럼 보였을까? 설화가 본래 그렇듯이 전하는 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음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견우와 직녀 이야기다.

원래 직녀는 하느님(天帝)의 손녀로 길쌈을 잘하고 부지런하였다. 하느님이 손녀를 매우 사랑하여 은하수 건너편의 '하고(河鼓)'라는 목동(牽牛)과 혼인하게 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신혼의 즐거움에 빠져 맡은 일을 게을리 한다. 하느님은 크게 노하여 은하수를 가운데에 두고 다시 떨어져 살게 하고, 한 해 중 칠월칠석날 하루만 같이 지내도록 했다. 은하수 때문에 칠월칠석날도 만나지 못하자, 보다 못한 지상의 까막까치들이 하늘로 올라가 머리를 이어 다리를 놓아 주었다. 그 다리를 '까막까치가 놓은 다리', 즉 '오작교(烏鵲橋)'라 하였다. 칠석이 지나면 까막까치가 다리를 놓느라고 머리가 모두 벗겨져 돌아온다고 한다.



그림
대안덕흥리벽화고분(大安德興里壁畵古墳)의 부분
고구려 미술의 대표 유산은 고분벽화이다. 초기엔 주인공의 초상, 생활상 등이, 후기에는 수호신의 일종인 사신도가 주로 그려진다. 그 외에 해와 달, 별자리, 신선과 비천, 괴수, 수목과 건축물 등과 각종 문양이 화려하게 그려졌다. 유명 벽화고분으로 안악3호분, 덕흥리벽화고분, 쌍영총, 무용총, 각저총, 강서대묘 등을 들 수 있다.

북한 평안남도 강서군에 있는 대안덕흥리벽화고분(大安德興里壁畵古墳) 남벽 천정에 견우직녀 설화가 그려있다. 그림은 견우와 직녀가 이별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목동 견우가 소 끌고 떠나고, 개를 데리고 나온 직녀가 슬픔에 잠겨 배웅하고 있다. 둘 사이에 그려 넣은 선은 미리내의 상징인 듯하다.

이 고분은 1976년 12월 16일∼1977년 1월 20일에 걸쳐 발견, 조사되었다 한다. 널길의 동벽 입구에는 두세명의 인물상과 수문장, 서벽에는 동자와 함께 있는 인물상, 남쪽에는 두 개의 창을 든 수문장, 앞방에는 주인공의 일보는 광경과 천상세계, 통로의 동서벽엔 거가행진도(車駕行進圖), 널방 북벽에는 일상생활, 서벽에는 무예겨루기, 남벽에는 마굿간과 외양간, 동벽에는 불교행사가 그려져 있고, 여러 가지 장식무늬가 배치되어 있다.

동서벽의 남단, 북벽통로 입구 윗벽, 앞방 북벽 천장에 600여자에 달하는 묵서(墨書)가 있다. 이에 의하면 무덤의 주인공은 진(鎭)이며, 신도현에서 태어나 전위장군, 국소대형, 좌장군, 용양장군, 요동태수, 사지절 동이교위 유주자사 등을 지냈고, 나이 77세에 죽어, 영락(永樂) 18년(408) 12월 25일에 고분을 만들어 안장하였다고 한다. 절대연대가 새겨있어 당시 고분과 벽화양식을 대변해주기 때문에 매주 중요하게 평가된다. 북한 국보 156호이며, 2004년 유세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칠석은 대한민국의 주요 명절 중 하나였으나 기념하던 풍습이 거의 사라졌다. 칠석 무렵 유난히 부슬비가 자주 내려, 칠석 전 날 오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은 물이라 하여 세거우(洗車雨), 당일 내리는 비는 만나 기뻐 흘린 눈물이라 했다. 다음 날 새벽 내리는 비는 이별의 눈물을 뿌리는 것으로 쇄루우(灑淚雨)라 했다. 이날 까마귀와 까치는 오작교 만들려 모두 하늘로 올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처녀들은 바느질 잘하길 빌었으며, 장마 끝이라 옷이나 서책을 말렸다. 칠석차례라 하여 우물 청소, 우물고사도 지냈다.

남원 광한루원에는 이 장면을 지상에 구현해 놓았다. 월궁 광한루를 짓고, 은하수를 상징하는 못을 만들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설치했다.

보면 볼수록 풍부하고 아름다운 상상, 지혜에 매료된다. 얼마나 멋진 풍류인가?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중부경찰서 선화파출소, 중구 재개발 구역 특별순찰
  2. 대전YWCA , 추석맞이 Y-큰장날 개최
  3. 세종시자치경찰위원회, 교통환경 개선방안 논의
  4.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찾아가는 방방골골 은빛영화 상영회’
  5. 대전사랑메세나, YWCA쉼터에 사랑 전달
  1. 유등노인복지관, 중문교회와 후원 물품 전달식
  2. 민관협력 회덕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석명절 키트 지원
  3. [수시특집] 나사렛대, 2025학년 수시모집 1213명 선발…간호학과 제외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어
  4. [수시특집] 나사렛대, "전국에서 등교가 가능한 대학이에요"
  5. 상명대 천안캠, 대학축제 'Deer For U_Youth' 개최

헤드라인 뉴스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부정청약자10건 중 7건은 위장전입”… 청약시 전수조사 필요

공동주택 부정 청약자 10명 중 7명은 위장전입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를 높이기 위해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으로, 공정한 청약경쟁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청약 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를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9월 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불법전매 및 공급질서 교란행위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년∼2023년)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이 합동점검을 통해 적발한 부정청약 건수는 모두 1116건에 달했다. 이 중 위장전입이 778..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3구역 원주민들, 입주 앞두고 반발…왜?

대전 천동 리더스시티 5블록에 입주를 앞둔 천동3구역 원주민들이 시행을 맡은 기업들과 분양가를 놓고 극한의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인근 4블록에 비해 5블록 분양가가 2500여만 원 높게 책정되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원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6일 원주민과 사업 관계자 간 간담회가 예정됐지만, 양측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 해결은 묘연해 보인다. 5일 대전 동구 등에 따르면 천동3구역 주거환경개선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전충남지역본부와 계룡건설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시공은 계룡건설 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9. 대전 서구 도안 미용실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세시풍속 체험교실

  • ‘가을은 수확의 계절’ ‘가을은 수확의 계절’

  •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추석맞이 음식 나눔 행사…‘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 추석 앞두고 도매시장에 쌓인 선물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