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침수 복구 중인 정뱅이마을에서 만난 김중훈 씨 뒷 모습. 침수 복구를 돕기 위해 어머니 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
서구 가수원동에 사는 김중훈(59) 씨는 10일 새벽 4시께 정뱅이마을에 사는 형수로부터 "마을이 침수됐는데, 어머니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연락에 황급히 차를 타고 마을로 도착했다. 도착한 마을은 아비규환. 폭우가 내리며 갑천 주변 제방이 무너져 하천물이 온 마을을 뒤덮은 상태였다.
김 씨의 어머니는 90대로, 순식간에 덮친 하천에 집에서 대피하지 못했다. 주택 기둥에 간신히 매달렸지만 이미 물이 목까지 차오른 위험한 상황. 옆집에 혼자 사는 고령 이웃 주민 역시 탈출하지 못하고 주택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소방에서 구조하러 오기 전, 멀리서 들리는 어머니의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점차 들리지 않자, 다급해진 김 씨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김 씨는 "새벽 4시 40분쯤 마을에 도착했는데, 둑이 터져서 갑자기 물살이 세게 밀려 10여 분만에 동네에 물이 가득 찼다"며 "수영을 해서 이웃 아주머니를 먼저 지붕 위에 올려드리고, 어머니 집 쪽으로 와서 어머니를 지붕에 올려드렸다. 이다음에 소방에서 구조하러 와, 안전한 고지대로 올라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김 씨는 어머니 집까지 150m 정도의 거리를 직접 수영해 갔다. 수색대 출신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인근 냇가에서 수영을 자주하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물살이 가파르다 보니 김 씨조차도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김 씨의 어머니와 이웃 주민은 기둥을 붙잡고 1시간가량 물속에 잠겨 있었다. 다행히 김 씨의 어머니와 주민은 현재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다.
김 씨는 "물살이 바다 파도보다 더 심했는데, 나도 죽는 줄 알았다"며 "두 분을 구조하고 나니 시간은 새벽 6시 정도 됐었다. 이때 물이 주택 지붕까지 차 있더라. 10분이라도 지체됐으면, 어머니와 주민 모두 정말 위험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필 교수 |
권 씨는 "자녀들에게 구조요청을 한 어르신도 있었고, 일부 주민은 주방 식탁에 올라가 벌벌 떠는 상황이었다"며 "119구조대가 오긴 했는데, 구명보트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어르신들을 구명환으로 구조하기에는 어렵겠다고 판단해 보트를 타고 모시고 나왔다"고 말했다.
해병대 출신인 권 씨는 당시 보트를 타고, 어르신들이 고립돼 있다고 판단한 곳마다 방문해 창문 열고 들어가 주민들을 구조했다. 권 씨가 이날 구조한 주민은 5명이다.
권 씨는 "동네 지리를 다 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119구조대원들이 지리 잘 몰라 애를 먹기도 했는데 재난 상황이 되면 동네 주민들과 같이 협력해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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