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침수피해 정방마을 주민 채홍종 씨가 유실된 제방을 복구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11일 찾은 대전 서구 기성동의 침수 피해 마을에서 복구작업이 가장 우선 시행된 곳은 마을에서 350m 떨어진 갑천의 제방이었다. 마을에 쏟아진 진흙을 걷어내는데 굴삭기 한 대가 동원됐으나, 제방을 다시 쌓는 현장에서는 굴삭기 3대가 동시에 작업하고 있을 정도로 가장 긴급한 현장이라는 의미다. 이곳 제방은 10일 오전 4시 20분께 붕괴되면서 폭우에 불어난 하천물이 마을을 향해 들이닥쳐 침수를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지점이다. 하천의 제방은 10m가량 절단돼 사라졌고, 물살에 밀려 밭작물이 드러누운 방향에 정방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대전 기성동 갑천 제방 유실지점에서 제방은 없고 물쌀에 휩쓸려 유입된 쓰레기가 쌓여 있다.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참깨·마늘 농사를 망친 홍명춘(70)씨 역시 "철망구조물으로 제방을 견고하게 보호하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유실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장소의 맞은편 제방을 확인한 결과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망구조물이 제방 안쪽에 설치돼 있었는데, 유실 지점은 호남선 철도 밑으로 도로가 관통하면서 해당 사면에 보강시설이 없었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이에 서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흙으로 덮여 주민이 관측하지 못했을 뿐 콘크리트 보강시설은 유실 지점에도 있었고, 교각을 통과한 빗물이 제방을 때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림동에서는 2000년 7월 집중호우로 아파트를 비롯해 지하층과 지상 1층 상가 침수피해를 경험한 후 시작된 자연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같은 피해를 다시 겪었다. 4년 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한 위치와 일치한 장소에서 이번에도 물난리가 났고 빗물펌프장과 하수 저류시설 정비 등의 개선사업은 당초 2023년 12월에서 2026년으로 준공시점이 늦춰졌다.
정찬호 대전대 재난안전공학과 교수는 "불어난 물의 수압은 하천 제방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터져 나오게 되는데 해당 구간에 보강시설이 어떤 상태였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라며 "수해 방재에서 하천의 방향이나 주변 지형, 지질에 대한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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