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 정뱅이마을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11일 오전 10시께 수마가 휩쓸고 간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서 만난 이재민 최모(64) 씨는 진흙밭으로 변해버린 집 앞마당을 정리하며 탄식했다.
최씨가 급한 대로 마당용 호스로 물을 틀어 진흙을 없애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날 내린 폭우로 최 씨의 집도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의 물이 찼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집 내부는 아수라장. 온갖 가재도구들이 뒤엉켜있고, 아직 물이 빠지지도 않아 축축해 보였다. 당장 창문을 열고 환기 시키고 살림도 정리해야 하지만, 전신주 피해로 전기마저 나가면서 현관문 전기작동식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아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였다.
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 정뱅이 마을 모습. 진흙밭으로 변한 앞마당을 주민이 마당용 호스로 청소하는 중이다. (사진=정바름 기자) |
또 다른 이재민의 집도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 정모(69) 씨의 집은 내부까지 진흙이 들어차 있었다. 부엌에 있던 냉장고와 화장실에 있던 세탁기가 엎어져 있었고 소파와 침대는 물에 젖어 더이상 쓰기 어려워 보였다. 정 씨는 "우리 집 뒤편 야산에 산사태까지 일어나 마당 쪽으로 나무도 쓰러졌다"며 "마당에 세워둔 차량도 침수돼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정뱅이마을 모습. 집 내부까지 진흙이 차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
제방이 터진 갑천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는 홍모(71) 씨는 "마늘과 더덕, 잔대, 고추, 오미자 등 심었는데, 논과 밭이 쓸려온 모래로 가득 찼다"며 "비닐하우스에 있는 마늘이라도 꺼내려 했는데 하우스가 무너질 거 같아서 포기했다. 올해 마늘 농사가 잘돼 좋았는데, 하나도 못 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재민이 된 가족을 돕기 위해 왔다는 한 여성은 "동서가 비 피해를 입었는데, 정성 들여 키운 바위솔 꽃나무들이 다 물에 떠내려가고 진흙 속에 묻혀 있는 몇 개만 남았다"며 대신 물을 주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11일 침수 피해가 있었던 대전 정뱅이마을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서구청은 이날 전기공급을 위해 한국전력공사와 전신주 복구를 진행했으며, 자원봉사자들을 투입시켜 주민 가재도구 정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도 서구청에서 이재민들에게 주민설명회 등 마을 복구 계획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재해 현장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지금 전기도 안 들어오고, 진흙밭이 된 상태인데, 구청에서는 복구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아, 통장이 직접 동사무소에 가 물어보고 왔다"며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뭘 도와줄 수 있는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구청 직원들은 그냥 와서 보고 가기만 한다. 재난 대응 기본이 안 돼 있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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