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어느 덴마크 교사가 현대 교육의 역사는 '절묘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절묘한 균형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가 말하는 절묘한 균형은 학생들에게는 자유를 누리게 하지만, 교사의 권위를 유지하는, 어떻게 보면 매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흡사합니다. 교사의 권위, 즉 교권을 강조하다 보면 학생의 자유가 제한받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자유를 허락하면 교사의 권위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상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호모순되는 것의 결합을 통해서 바람직한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힘이 일방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또 다른 힘이 있어야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요.
100세로 이미 타계하신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강조하는 리더십은 '겸허함'과 '열정'의 결합입니다. 겸허함과 열정도 모순적 특성일 수 있는데 이것을 결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요. 이렇게 상반된 듯한 특성을 융합할 수 있는 것은 용광로밖에 없습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은 용광로를 통해 모순적 요소끼리의 융합을 이뤄낸다면 그 결과는 놀라운 리더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염홍철 '겸손한 권위가 최선의 리더십' <중도일보 2021년 8월 2일 게재>). 위에서 얘기한 덴마크 교사의 절묘한 균형과 맞닿아 있습니다. 즉 겸허와 열정은 상호 결합을 통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요.
평소에 '유능제강(柔能制剛) 리더십'을 강조했습니다만, '유연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은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막상 실천하지 못하며 오히려 강한 리더십을 통하여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례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과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독선적으로 조직을 이끈다고 하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승복할 수 있을까요? 겉으로, 또는 단기적으로 볼 때는 성과를 내는 듯하지만, 그것은 매우 불안하고 왜곡된 리더십일 것입니다. 여기서는 강함을 견제하여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유연함에 패배하고 만다는 진리를 말합니다.
힘 있는 리더 자리에 앉으면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거역하지 않고 순종합니다. 이것을 자신의 능력과 권위라고 착각하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한다면 편견과 독선이 습관화되고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현상을 자신만이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덴마크 교사의 '절묘한 균형', 중국 고전에 나오는 '유능제강',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강조하는 '겸허함과 열정의 결합'. 이렇게 모순적인 요소의 절충을 통해서 '균형을 이뤄야 조직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모인 의견을 권위 있게 실천하는 것이 최선의 리더십일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을 절제와 균형이라고 달았는데 마지막으로 이것을 철학적으로 해석한다면, 주역에 보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후회한다'는 경계심이 나옵니다. 마치 초로 만들어진 날개를 달고 날고 있는 아카루스가 너무 높이 날아오르자 태양열에 녹아서 추락한다는 이치와 흡사합니다. 즉 절제하지 않고 끝없이 올라가면 추락하며, 교만이 극에 달하면 그것은 타력에 의해 붕괴하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균형은 중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독선과 허구성을 견제하여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것입니다. 독선적이고 교만한 리더십에 대한 일대의 경종이 되겠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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