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궁성지 북벽부 해자서 대왕명(大王名) 토기로 추정되는 토기가 출토했다. /고령군 제공 |
2024년 3월부터 대가야 궁성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대가야읍 연조리 555-1번지에서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 대가야시대 토성벽의 흔적과 해자가 확인돼 학계전문가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6월 21일 현장공개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후 대가야시대 해자 최하층에서 발굴한 유물을 수습·세척과정에서 "大"자와 "王"으로 추정되는 글자를 양각해 놓은 토기 조각을 발견해 이에 대한 공개 및 검증을 위해 대구·경북지역 고대사, 고고학 교수 공개 설명회를 개최했다.
대상 유물은 타날흔이 시문된 장동옹으로 추정되며, 일부분만 남아있고 명문은 음각한 인장으로 찍힌 채 확인되며, 글자는 비교적 선명하게 확인되는 '大'자와 아래에 '王'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있으나, 아쉽게도 하단부가 결실돼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이에, 공개 설명회에서는 결실된 글자의 해석에 큰 관심이 모아졌으며, 참석한 대부분의 전공자는 해당 글자가 '王'으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고, 대표적인 두 가지 의견은 다음과 같다.
① 해당 글자는 '王'혹은 '干'으로 추정되나, 王의 경우 두 번째 가로이 첫 번째 가로획보다 짧게 쓰여지나, 干의 경우 두 번째 가로획이 첫 번째 가로획보다 길게 쓰여지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글자는 '王'일 가능성이 높다.
② 충남대학교 소장품인 大王명 유개장경호의 경우, 출토지는 불분명하지만, 금번 출토된 명문토기와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6세기 중후엽 제작된 대왕명 유개장경호의 선례를 고려하면, 해당 글자는 '王'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명문 토기의 출토는 대가야사 연구에 있어 큰 획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가야의 왕도인 고령지역에서 최초로 출토된 명문이면서, 이를 '大王'으로 읽을 때 대가야 궁성지의 실체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잠재울 수 있으며, 근래에 제기되고 있는 대가야 고대국가론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명문의 해독 및 명문 토기의 의미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단정짓기 보다는 학계에 이를 보고하고 학술토론회를 통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참석한 모든 연구자들이 동의했고, 고령군은 발굴조사기관과 협력해'大王명 토기'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해 해당 유물이 지니는 역사적 가치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해당 유물의 명문은 인장으로 찍은 것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대가야 궁성지 발굴조사에서 해자 및 석벽부가 조사구역 동편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대가야 궁성지 발굴·정비사업'을 중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이어가고자 한다.
가야사 연구는 사실 삼국의 역사에 비해 소외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조사·연구·복원·정비 등을 통해 그 역사문화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으며, 그 결과로 2023년 9월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등재, 2024년 7월 고령군이 20년 만에 신규 고도로 지정되는 성과가 있었다.
고령군은 금년도 하반기부터 대가야권 최대고분인'지산동 5호분', 고령지역 최대 토기 가마 유적인'합가1리 토기 가마 유적', 대가야-신라의 접경지대에 축조된'봉화산성'등에 대한 학술발굴조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대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을 통해 역사문화도시 고령군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고령=박노봉 기자 bundopar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