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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
양치기 소년이 심심해 거짓말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마다 달려가 도와주러 갔으나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 도와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 나무꾼이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렸다.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 은도끼기 네 것이냐고 묻고 쇠도끼가 자기 것이라고 하자 모든 도끼를 다 주었다는 이야기.
지역에 쥐들이 극성이자 시장(市長)이 쥐를 제거한 사람은 상을 주겠다고 한다. 이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피리를 불어 모든 쥐를 강물에 빠뜨려 퇴치한다. 그러나 시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이번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취를 감추었다는 이야기.
위 세 가지 이야기에 흐르는 공통되는 주제는 '거짓말을 하지 말자' 정도가 아닐까? 우리는 내용은 잘 알지만 그 출처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이다. 사실 필자는 금도끼·은도끼 이야기가 우리나라 전래 동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솝우화였다. 원제는 '나무꾼과 헤르메스'라고 한다. '헤르메스'가 우리나라에 넘어와서는 '산신령'으로 둔갑한 것이었다.
경찰은 1년에 평균 2000만 건의 신고를 접수한다. 그중 약 4000건이 허위신고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하루평균 10건 이상의 허위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1건의 허위신고라도 신고내용에 따라서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출동하기도 한다. 그 폐해는 금액으로 따질 수가 없다. 거짓신고로 인한 경찰력 낭비가 심각함을 알 수 있겠다.
이달 3일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법률이 있다. 바로 '112신고 처리법'이다. 이 법의 핵심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거짓신고자 대해서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차 위반 시 200만 원, 2차 위반 시 400만 원, 3차 위반 시 500만 원을 부과한다. 1차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후 1년 이내에 재차 위반한다면 2차 위반이 된다. 과태료 대상자가 일정한 기한 내 자진 납부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20% 감경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거짓신고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거나 경범죄처벌법상 '거짓신고'로 6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위 2가지 중 하나의 죄목으로 처벌 가능함은 물론 500만 원까지 과태료도 병과할 수 있게 되었다. 일찍부터 대법원은 과태료를 납부 한 후에 형사 처벌을 한다고 해 일사부재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96도158 등). 즉 벌금 따로, 과태료 따로 물려도 위법한 처분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동일한 행위를 대상으로 형벌을 부과하면서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경우 이중처벌금지의 기본정신에 배치되어 입법권의 남용으로 인정될 여지는 있다"고 이유 부문에서 설시한 바는 있다( 2019헌바12).
둘째, 현장경찰관의 긴급조치권이다. 경찰관이 위험 발생의 방지, 범죄의 예방·진압, 구호대상자의 구호 등을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나 건물 또는 물건을 사용하거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토지, 건물이나 배 또는 차에 출입할 수 있다. 경찰관의 긴급조치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셋째, 현장경찰관의 피난명령권이다. 각종 재해, 재난 시 경찰관의 피난 명령을 거부하면 최고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외에도 경찰과 소방은 공동대응 및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법언이 있다. 새롭게 시행되는 법을 몰랐다고 해서 용서되지 않는다. 이 법의 시행으로 연간 4000건의 거짓신고가 반의반으로 줄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위 문제의 정답자는 제 사무실로 오시면 맛있는 차를 대접해 드리겠다.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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