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는 물떼새와 함께 금강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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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는 물떼새와 함께 금강을 지킨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승인 2024-07-09 15:58
  • 신문게재 2024-07-10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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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세종보 상류 300m 하천부지에 위치한 천막농성장. 지난 4월 30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71일째(7월 8일 기준)를 맞았다. 지금은 장마 기간이라 금강 하천 둔치에 임시로 마련한 텐트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막농성은 지난 두 달여 시간 동안 전국에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농성장을 다녀갈 정도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처음 천막을 칠 때 강 건너편 하중도에 흰목물떼새 부부의 알을 발견했다. 그 뒤로 세종보 농성 천막의 아침 일과는 멸종위기 2급 야생조류인 흰목물떼새 알의 안전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꽤 많은 곳에 물떼새 부부 둥지가 생기고 알을 낳았다. 많은 비로 물떼새알들은 두 번이나 물에 잠겼고 어떤 알들은 떠내려가기도 했다. 세종보 재가동 공사 소음, 쏟아지는 비에 걱정이 컸지만 부모 물떼새들은 번식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은 물떼새 유조들이 금강을 뛰어놀고 있다. 이들이 금강에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지금 금강의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에 16개의 보를 만들어 강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렸고 우리 강들은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깔따구가 가득한 죽은 강으로 변해갔다. 문재인 정부는 4년간의 긴 논의와 조사 끝에 2021년 1월 18일,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확정했다. 그중 금강은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을 결정했다. 환경부는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 이행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해 결과보고서를 준공했다. 용역 중간보고에서는 '세종보 2024년 6월에 해체 가능' 등 시기를 명시해 발표했지만, 결과보고에서는 시기가 삭제된 채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환경부는 한화진 장관이 취임하는 사이 일어난 일이다. 이후 한화진 장관은 '보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4대강 관련해 가장 논의가 진전된 보 처리방안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정책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간 진행했던 민관거버넌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과학적 데이터, 경제성 평가 등 이 모든 것들을 허사로 돌렸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직권남용이었다.

2023년 7월, 다섯번째 4대강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보 처리방안에 있어 더 적합한 데이터를 마련해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매년 수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해 왔던 환경부의 데이터를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 종료 이후 20일 이내에 환경부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화진 장관은 감사 결과발표 후 '보 처리방안 취소'를 국가물관리위에 요청했다. 그리고 15일 뒤, 심의 의결까지 만 4년이 걸린 보 처리방안을 2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취소했다. 이후 40여 일 만에, 10년 단위로 세워지는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말로 바꿔치기했다. 부록으로 만들어졌던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도 전부 삭제했다. 환경단체들은 졸속으로 진행된 공청회에서 항의하다 연행돼 유치장에도 갔고, 고발도 당했다. 지금 환경부는 '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환경운동가들을 법이라는 칼날로 위협하며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보가 재가동으로 물이 담수된다면 물떼새들이 뛰노는 모래와 자갈은 뻘로 변할 것이다. 보 수문을 개방하고 강에 돌아온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수염풍뎅이 또한 사라질 것이다. 녹조와 악취, 소음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이대로 세종보가 재가동 된다면 앞으로 보 해체와 강 자연성 회복은 더 어려운 기로에 서게 된다. 낙동강과 한강의 수문을 개방할 길도 요원해진다.

금강은 가장 빠르게 강 자연성을 회복하고 있다. 우리 천막은 평소 금강 수위보다 약 1.2m 정도 높은 위치로, 세종보를 담수하면 잠길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수위가 올라가면 수중농성을 불사할 각오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은 금강을 지킬 최후의 보루이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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