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훈 조폐공사 사장. 사진 이성희 기자 |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심당'에 가면 피낭시에 8개가 금괴 모양의 케이스에 포장된 '순도 99.99'를 만날 수 있다. '순도 99.99'는 조폐공사의 골드바가 완전무결한 순도 99.99%인 것에 착안해 이름 지어진 빵으로 조폐공사가 성심당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을 합쳤다. 제품 디자인과 라벨 등에는 조폐공사의 기술력이 접목됐다.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워지면서 '변화'의 중심에 선 조폐공사가 나아갈 방향의 단면이다. 70여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 신사업 전환에 나서고 있는 조폐공사를 이끌고 있는 성창훈 사장을 만나 공사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 주>
- 화폐 사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조폐공사의 변화를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조폐공사 사장에 공모할 때 생각이 난다. 현금 없는 사회가 찾아와 화폐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은행권 사업량이 약 50%로 감소했다. 유통주화 사업량은 약 90% 감소했다. 한국전쟁의 혼란기인 1951년에 설립된 조폐공사는 화폐와 유가증권 등 국가적 보안제품을 안정적으로 제조·공급하는 국내 유일 제조 공기업이다.
화폐 매출비중은 설립 당시 100%에 비교하면 현재(2023년)는 24.1%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다른 사업에서 매출을 만들고 있다. 조폐는 산업이다. 조폐가 산업이 되어야 공사가 살고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조폐를 만들다보니 다양한 기술이 축적됐다. 만원권 한 장을 발행하는데 적용되는 보안기술은 22가지에 이른다. 다양한 벨류체인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전자여권, 상품권, 보안용지 등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모바일 신분증, 온누리상품권 통합 사업자 추진하는 ICT기업, 특수압인기술을 활용한 예술형 주화, 요판화 발행을 하는 문화 기업, 면펄프, 화폐용 안료·잉크, 디지털 신분증 등을 수출하는 수출 기업으로 나아가겠다.
-조폐공사는 화폐 생산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축적했다. 사업 다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위변조 기술을 통해 실물 부분에서 브랜드 보호사업과 상품권, 보안용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상품권은 그동안 수입을 했으나, 1999년부터 조폐공사에서 순차적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2000년 무인민원발급용지를 시작으로 개인 인감 증명서, 군용 특수보안용지, 시험성적서 사업 추진 등 보안용지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보안모듈은 공사 자체 개발하여 국가 신분증에 적용하고 있다. IC카드 운영솔루션 기술을 응용, 다양한 전자통신기기의 암호통신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골드바나 기념주화 및 기념메달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 골드바 사업은 KRX 금시장 품질인증사업을 2014년 시작해 자체 골드바 판매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CU편의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기념주화 등과 손흥민 선수·BTS 멤버 기념메달, 최근에는 영남알프스 등반 등 디양한 기념메달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예술형 주화는 국가 상징물을 정부가 금·은·동 등 귀금속 소재로 발행하는 주화로 전체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이른다.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평균 3조원 가량 발행하고 있다. 우리도 미래전략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디지털화폐(CBDC)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조폐공사에서도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실물 화폐를 점점 적게 쓰고 있다. 화폐 자체가 디지털로 변화하고 있어 공사도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공사는 10년 전부터 블록체인 기반 ICT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미래전략실을 구상하고 미래사업 발굴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2018년에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추진했고, 다음해 모바일 신분증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디지털화폐가 도입될 경우 공사 디지털 역량은 핵심 기반기술로 유용이 가능하다.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Chak'을 통한 CBDC 기반 바우처 발행, 금융거래를 위한 신원 인중 수단으로 모바일 신분증 활용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화폐가 도입되더라도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서 현금은 계속 필요해 기능은 남아 있을 것이다.
- 국내 시장 한계와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대로 확장되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에 대한 노력이 있다면.
▲공사는 10년 전부터 수출 경쟁력 확보에 노력했다. 과거에는 해외 은행권과 주화 수출에 노력했지만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현재는 부가가치가 높은 보안잉크, 보안소재(안료) 및 면펄프 수출로 변화하고 있다. 고·저점도 화학용 면펄프 생산 안정화 진행에 노력하고, 공적 최적화 및 린터 수급 안정화를 통한 제조비요 절감을 통해 1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DID 신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신분증을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필리핀 정부로부터 K-DID 구축을 요청받아 내년도에 발주 예정이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역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공사는 1973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전 후 지역인재 채용, 지역기관과 협업, 화폐 박물관을 활용한 사회공헌과 교육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매년 정부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체 신규채용의 50%가 지역인재로 뽑혔다. 정부 기준인 2023년 27%를 훌쩍 넘는 수치다. 또한, 산학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지역대학생 취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지역사회에 27억원 가량 기부했다. 화폐박물관 벚꽃 페스티벌 개최, 무료 전시관 운영 등을 통해 시민 문화 향유권을 제공하고 있고, 공사 주관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개최해 지역 육상 꿈나무를 후원하고 있다. 장애인 경제 교육 진행, 어린이 보호시설 후원 등 지역 취약계층 지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지역 전통시장 상인 간담회 등 CEO가 직접 참여하는 지역사회 특화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소통 행보가 눈에 띈다.
▲'재미'가 포인트다. 직원들이 행복하고, 10년 먹거리를 만들고 떠나는 게 내 역할이다. 행복한 사내 문화를 구축하고, 성공적 사업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1400여명 전 직원과 소통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가끔 직원들에게 편지도 보내고 메일도 보내고, 직원들이 궁금해 할만한 것을 사장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또한 세대별 자문단 운영 등을 통해 직원 경영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참여직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건물, 사무실 이름에 스토리와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물 의미화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이와함께 임직원과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매월 명사 초청 특강과 학계·민간 전문가 참여 세미나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의 화폐도안이 20년만에 변경됐다. 우리나라도 화폐도안 변경이 필요한지.
▲일본이 새 은행권을 발행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 쇄신과 위변조방지 강화를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현용 은행권 발행이 상당기간 경과 됐다. 5천원권은 18년 정도 됐으며, 5만원은 15년이 경과됐다. 화폐도안 변경을 고민하고 준비할 때가 됐다. 이순신 장군은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위인인데 사용량이 떨어지는 100원 자리 동전에 활용되고 있다. 화폐에 활용되는 도안 위인도 대부분 조선시대 유교 학자들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갖고 있는 위인으로 교체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고, 최근 조직적 위폐사건이 발생하는 등 위변조 방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교체가 필요하다. 교체를 위해서는 5만원 기준으로 약 2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지금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요청 시 즉각 대응 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대담=강제일 정치행정부 부장·정리=이상문 기자·사진= 이성희 기자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 사진은 이성희 기자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