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지자체연합 수석고문 마리 셰스트룀이 지자체연합 사무실에서 핀란드의 환경교육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마리 셰스트룀은 핀란드 지자체연합에서 교육분야 수석고문을 맡고 있다. 315개 지자체로 이뤄진 핀란드는 국가 핵심 교육과정을 토대로 각 지역 상황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 예컨대 바다가 인접한 곳에선 바다를 중심으로, 숲이 가까운 곳에선 숲을 중심으로 환경교육이 이뤄지는 식이다.
마리 고문은 지역별 특색을 알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면서도 국가교육과정에 따른 교육과정과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아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핵심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고 그 과정에서 편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리는 환경교육의 핵심은 구체적인 예시와 실천을 통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마리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배운다고 하면 그 원리나 기능에 대해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실제 태양광설비를 가동하며 하루에 흡수되는 에너지와 사용하는 에너지가 얼마인지 수치화하는 식"이라며 "또 다른 학교에선 학생회를 통해 쓰레기통을 설치했는데, 농구 골대 식으로 만들고 스스로 경쟁을 유도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 수석고문. |
끝으로 생태전환교육의 수준이 좋아지기 위해선 주체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리는 "핀란드는 고품질의 교육과정과 교사를 확보하고 있고 지속가능개발교육에 대한 관점을 갖고 있다"며 "각 주체가 협력해 서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까우니아이넨시 소속 환경전문직 헬레나 수오멜라가 5월 헬싱키 오디도서관에서 핀란드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헬레나 수오멜라는 까우니아이넨시(City of Kauniainen) 소속 환경전문가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의 교육청 개념 대신 지자체에 교육 담당 부서가 있다.
교사 출신이면서 국가교육위원회서 지속가능성 교육전문가로도 활동한 그는 환경교육이 한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헬레나는 "어떤 걸 배우게 되면 그것이 가치관에 반영되고 그게 중요한 문제라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후위기 등 문제에 있어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선 정책이나 이런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이 있고 이것을 토대로 지자체별 교육과정을 두고 있는데, 헬레네가 소속된 까우니아이넨의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과정보다 더 많은 수준의 지속가능 교육내용을 담고 있다. 헬레네가 소속된 까우니아이넨시는 핀란드 전체 탄소중립 달성 시기인 2035년보다 5년 앞당긴 2030년을 지역의 목표로 세울 정도로 열정적이다. 학교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한 주체로 동참하며 헬레나는 까우니아니넨 전체 학교에 환경교육 운영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헬레나는 "학교마다 교사단 협력팀이 있는데, 학교마다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한가지씩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한다"며 "이러한 활동을 취합해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보상 체계도 운영 중이다. 앞서 방문했던 라우따사리(Lauttasaari)지역 발뚜니에미초등학교(Vattuniemi primary school)에서 만난 띠나 할뚜넨 교사가 언급했던 부분이다. 헬레나는 "학교에 지속가능교육팀이 있고 그 안에 환경교육도 포함된다"며 "잘 이행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일을 한 사람에게 보상이 이뤄지게끔 예산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도 이런 보상체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레나 환경전문직. |
그러면서 "환경교육이라는 게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것을 넘어 이제는 보건과 건강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차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게 건강에 좋고 육식보다 채식이 좋기 때문에 최근엔 환경교육이란 게 건강으로 많이 가고 앞으로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헬레나는 한국 교육자들에게 유럽연합의 '그린 컴프'(녹색 역량·Green Competence)를 권했다. 지속가능성 역량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이 같은 기준을 참조해 활용하길 조언했다.
국가교육위원회(OPH) 마르얀나 만니넨 교육고문이 5월 OPH 회의실에서 지속가능성 교육의 영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Opetushallitus·OPH) 소속 마르얀나 만니넨 교육고문은 각 학교의 전문가를 지원해 지속가능성을 이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2년간 초·중·고 교사로 생활했으며 작은 규모의 지자체에서 교육 전문가로 일하기도 했다. 14년간 정치인으로 교육 정책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현재 국가교육위원회서 가정 교과 고문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마리얀나는 교육과정에 포함된 지속가능성은 비단 환경교육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리얀나는 "지속가능성은 서로 다른 교과목에 스며들고 있다. 가정 교과에서도 지속가능성 교육을 하는데 학생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가정 교과에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가족이나 주변 친구,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관계성과도 연관돼 있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옷을 살지 '선택'에 관련된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며 "내가 이걸 구매함으로써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등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르얀나 고문. |
핀란드 학생들은 채식 선택권이 보장된다. 큰 학교에선 채식과 일반식이 제공되며 작은 학교는 미리 채식 급식을 선택할 수 있다. 마리얀나는 이 같은 제도에 대해 "핵심은 학생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자기 건강에 좋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더 높다"며 "가끔씩 학생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주기도 하지만 핵심은 학생이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이고 이러한 학생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철 음식을 먹는 것,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재배한 재료를 먹는 것, 밥을 먹는 과정도 교육이 된다"며 "바르게 앉아서 밥을 먹고 예절을 가르치고 과정을 총체적으로 교육으로 본다.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좋은 롤모델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 헬싱키=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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