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위기 극복·새병원 준비, 지역사회 응원 한스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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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위기 극복·새병원 준비, 지역사회 응원 한스푼을"

의사 중 40% 전공의 사직에 일부 공백
입원 28%, 외래 12%, 수술 38% 감소
심장질환 외래 17%↑ 필수·중증 주력
세종충남대병원 수혈 어려워 지원 절실
최선의 진료 구축하는 새병원 골든타임

  • 승인 2024-07-04 17:51
  • 신문게재 2024-07-05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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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이 7월 3일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비상경영 상황을 설명하며 10년 후 도약을 위한 준비를 강조했다. (사진=이성희 기자)
충남대병원이 아프다. 손과 발이 되어준 전공의가 사직하고 200병상 가까이 병실을 줄이고 진료가 축소돼 직원 일부는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세종충남대병원은 행정수도의 더딘 진척만큼 수혈을 계속해줘야 할 형편인데, 개원 52년 본원도 의정갈등 회오리 속에서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 더욱이 수도권 대형병원과 다른 국립대병원이 새 병원 건립으로 첨단의료에 앞다퉈 진입하는 때에 충남대병원도 10년 앞을 준비하는 씨앗을 지금 심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대전과 세종, 충남도민 건강 책임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을 만나 지금 비상경영 상황을 묻고 장기 발전계획을 들었다. <편집자 주>



-전공의 사직사태가 5개월째 접어들어 병원은 비상경영에 돌입했는데, 지금 상황은?

▲외래진료의 경우 대부분의 진료과가 정상운영 되고 있으나 초진과 신환환자(신규환자) 진료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 병원 전체 의사 인력 중 전공의가 40% 정도를 이루는데,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그만큼의 인력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전공의는 주당 80시간씩 환자를 돌보며 전문의 2명 몫의 일을 해내던 그들이 동시에 사직하면서 전체 진료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전문의들이 노력해줘 환자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진료량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연말 퇴직을 앞둔 선배 연차의 전문의까지 당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앞서 3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국립대병원 총액인건비의 정원을 넘어서더라도 전공의 부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의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고 건의했고, 받아들여져 그 사이 전문의를 확충해 진료 여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담간호사 시범사업에도 참여해 입원병상 축소로 확보된 간호 인력을 법률적 범위 내에서 의사 진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4년 2~6월 입원환자의 경우 지난해 동기대비 28.4% 감소해, 우리 병원은 전체 1300병상 규모지만 지금은 1100병상 규모로 한시적으로 21.6% 축소해 운영 중이다. 같은 기간 외래환자는 전년보다 12.5% 줄었고, 수술 건수도 38.6% 감소했다.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한 중증 환자들의 불안이 크다. 중증 진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중증·암·필수의료, 희귀병처럼 지역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환자 위주로 입원·수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긴급히 치료해야 할 응급환자와 심장질환 수술, 암환자 치료, 소아 및 신경계 질환 시술 및 수술 등에서는 올해 진료가 오히려 증가했다. 심장질환 관련된 시술·수술이 필요한 외래환자 진료는 올 2~6월 지난해 동기대비 17% 증가했고, 같은 진료과 입원환자는 42.9% 증가했으며 수술 건수 또한 4.3% 늘었다. 암 관련 치료와 항암치료를 받고자 방문한 외래환자는 전년 대비 10.6% 늘어났고, 입원환자는 1.8% 역시 많아졌다. 소아 및 희귀질환 관련 중증으로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했는데, 신경계 질환 응급시술·수술이 필요한 중환자는 15% 확대됐다. 우리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중증도 높은 고위험·암환자 치료에 전념을 다한다는 의미다.

한덕수 국무총리
3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충남대병원을 방문해 조강희 병원장과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행복도시 출범과 함께 시작한 세종충남대병원이 여전히 경영난을 겪는데, 상황은?

▲세종충남대병원은 2020년 7월 개원해 코로나19 위기를 잘 헤쳐나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시민들의 정주여건 향상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설립해 대전 문화동 본원보다 잘 지었다. 본원은 건물 11개로 이뤄져 본관동 엘리베이터는 6대뿐이나 세종충남대병원은 15대 운영되며 환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은 지연되고, 인구 증가도 정체되면서 거주인구 60만 명이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세종시 거주 인구가 늘어나야 병원 경영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사이 금리상승으로 인한 건립차입금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립차입금의 이자율은 2018년 2.7%에서 올해는 4.9%까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개원 이후 2023년 말까지 누적 손실액이 2073억 원에 이르고 있다. 세종병원 운영을 위해 본원에서 최근까지 1261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지원했고, 올해도 본원에서 500억 원 가량을 세종병원에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본원도 전공의 사직 사태로 자금 부족을 겪어 운영비를 은행에서 차입하는 상황으로 세종병원에 더는 지원이 불가한 상황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경영 위기는 곧 세종시 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어떻게든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기관을 찾아 설득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실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세종병원을 위해 어떤 협의가 이뤄지고 있나?

▲본원과 세종병원에 일부 진료과목을 통합해 어느 한쪽으로 집중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같은 진료과목을 대전과 세종에 각각 운영해 양쪽 어느 쪽에서도 미약하게 운영하는 일이 없도록 흉부외과를 먼저 본원으로 통합, 진료 유지와 함께 경영난 타개에 나서고 있다. 세종병원 위기상황을 넘어설 수 있도록 국회와 행복도시건설청, 세종시청,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기관을 찾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세종병원 건립사업 시 차입금 원리금의 최대 75%를 지원하는 방안을 행복청에 이미 건의했고, 개원 후 발생한 손실액의 일정 부분을 지자체가 우리 병원과 함께 짊어질 수 있을지 세종시에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를 면담해 응급·소아·심뇌혈관 등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및 운영을 위한 지원을 건의하고,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공적자금 활용해 차입금의 금리를 저금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병원의 비전은 미래를 예측하고 움직여야 하지만, 경영은 두 다리를 땅에 딛고 현실에 맞게 걸어가야 넘어지지 않는다.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7월 1일이 52주년 개원 기념일이었다. 단비 같은 좋은 소식이 있던데 어떤 내용이었나?

▲우리 병원이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3년도 기타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84.8점의 최고점수를 획득해 1위를 기록했다. 기타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6년 연속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것은 전국 국립대병원 중 우리 병원이 처음이다. 이는 교육부 산하 국립대병원 중에서 경영전략 및 경영관리를 우수하게 수행했고, 교육, 연구, 진료 및 공공의료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덕분이다. 국립대병원 중 유일하게 모든 지표에서 B등급 이상을 받아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에게 우수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임직원 모두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효과적인 경영 활동을 한 의미로 판단되며, 앞으로도 부문별 경영목표와 국정과제를 선도적으로 이행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



-수도권 대형병원과 주변 국립대병원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접목한 스마트병원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1조 1438억 원을 들여 새 병원 신축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는 중으로 올 하반기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부산대병원도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병동 건립을 계획 중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병동 신축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고 수준의 진료 시설과 연구·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점점 치열해지는 의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다. 대전과 충청지역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지역거점병원인 충남대병원이 지역 의료체계를 수도권과 호남, 영남 등 타 지역에 뒤처지지 않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새 병원 신축 수준의 현대화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도권에 대형병원들이 연이어 분원들을 세우는 상황에서 우리 병원은 환자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욱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본관 현대화 사업을 통해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는데 있어 편의성을 높이고 최고 수준의 진료와 교육·연구 환경을 조성해 우수한 인재들이 근무하고 싶은 병원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 준비해 10년 후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지금의 의정갈등 문제는 현안대로 대응하면서 지역 환자들의 진료환경을 위한 미래 준비에 소홀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열렬한 응원과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일이다.



-병원 구성원들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것도 병원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할 텐데, 앞으로의 비전은?

▲병원이 마주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충남대병원의 모든 임직원은 사명감을 갖고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전지역 유일의 5기 연속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책임감을 바탕으로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에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 병원은 시민이 주인이고, CEO가 임기를 받아 경영을 대신하는 것인데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게 어느 기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병원은 3교대 근무자가 많은데 승진 인사 때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근무평점뿐 아니라 환자 민원과 안전사고 등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는 문화 만들기에 임기 시작하면서 주력했다. 또 병원에 수익이 나면 급여로 구성원들과 나눔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 한다. 수도권과 영호남의 병원들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충남대병원이 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하겠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 부장·정리=임병안 기자·사진=이성희 부장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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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이 그의 진료실에서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갖기에 앞서 관절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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