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리 교수는 이어진 투자회사 투 시그마의 데이비드 시겔 공동 창업자 겸 회장과의 대담에서도 현재 학계 AI의 가장 큰 도전이자 고통이 컴퓨터 부족이며, 자신의 스탠포드 연구실조차 최신 GPU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 "제로"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마크 안드레센은 이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1980년대 인터넷 태동기의 두 가지 정부 펀딩에 대해서 언급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주도 하에 국립슈퍼컴퓨팅센터들을 설립하고 연구자들이 어디에서나 이들 국립슈퍼컴퓨팅 자원에 접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NSF 백본망(NSFNET)을 구축했으며 그리고 NSFNET이 오늘날의 인터넷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시겔과의 대담에서도 리 교수는 대학에서의 GPU 부족의 심각성을 또 꺼내며, 마크 안드레센의 답변인 정부에 요청 제안 이외의 다른 방안이 없는지 물었다. 시겔은 "뉴욕주 차원에서는 엠파이어 AI라고 일컫는 공공 민간 파트너십(Public Private Partnership) 프로그램으로 대학들에 AI 인프라를 제공한다"며 주정부의 재정 지원 사례를 언급했다. 학계의 GPU 부족 문제에 대한 투자회사의 지원을 유도한 페이 페이 리 교수의 질문에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두 거장 모두 빠져나갔다.
우리 대학의 GPU 상황은 어떠한가? 아마도 최신 GPU 하나 없다는 스탠포드 대학의 상황보다 나을 것 같지 않다. 미국의 경우는, 필자의 작년 3월 10일 자 '美, 국가 AI 연구 인프라 구축 실행 계획 발표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논의한 국가 AI 연구자원(NAIRR) 프로그램이 잘 추진돼서, NSF는 올 초부터 대학에 AI 인프라 제공 시범사업을 착수했다. 한국의 경우 대학 GPU 부족 문제를 위해 두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올해 안으로 최신 GPU 만 개를 구입할 예산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가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자. 엔비디아 최신 GPU 한 개 가격이 5000만 원이라면 GPU 만 개의 가격만 5000억 원이다. 신규 예타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려 한다면 불가능한 목표다. 마침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600페타플롭스 구축 예타가 통과됐고 목표 성능치를 위해선 최신 GPU 만 개 정도가 필요하다. 예산 3000억 원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하반기에 추경을 통해 GPU 만 개 구입 비용을 포함한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 예산을 마련하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 구축 및 운영·유지보수에 필요한 전력, 시설, 운영 인력도 준비돼 있다. 속도 경쟁의 생성형 AI 시대에 낙오치 않기 위해 이제 국가 차원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둘째, 국가 AI 슈퍼컴퓨터의 절반 이상의 GPU를 생성형 AI의 핵심 기술인 세계적 수준의 멀티모달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투입하자. 반기마다 5개의 LLM 개발팀을 선정해서 각 팀에게 6개월간 GPU 1000개 이상을 전용으로 쓸 수 있게 하자. 이렇게 하면 일 년에 10개의 팀이 선정돼 10개의 LLM이 개발될 것이다. LLM 사전학습에 필요한 10조 개 이상의 토큰도 미리 마련하자. 최근 '국내 AI 대학원 졸업자의 40%가 해외로 떠났다'라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국내 AI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 최신 GPU가 없는 국내의 열악한 AI 연구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유능한 AI 인재들에게 6개월 동안 최신 GPU 1000 개 이상을 사용해서 세계 최고의 LLM을 개발하는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