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펌프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2022년 8월 청양 지역 호우피해 사례에서 볼 수 있다. 당시 시간당 최고 70㎜의 폭우가 쏟아지며 뒤늦게 배수펌프장을 가동했으나 핵심 설비인 펌프 4개 중 3개가 고장 나면서 주력 농산물인 멜론과 수박 등 시설하우스 340여동이 침수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농지 침수를 막기 위해 설치한 배수펌프장이 정작 폭우 속에서 고장으로 가동하지 못해 낳은 '인재'라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미호강 임시 제방이 터지면서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지하 공간 침수 등 취약한 안전 문제도 여전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전국의 지하차도 1086곳 중 159곳이 인근 하천이 범람했을 경우 통제 기준에 침수 위험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차도 132곳은 침수 피해 시 차량 진입 차단시설이 없었고, 상당수는 터널 중심부에 피난·대비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 온난화로 극단적인 폭염·폭우가 발생하는 '혹독한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배수펌프장·하수도 등 치수 시설의 방어 능력을 초과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에 집중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재해 대부분은 하천 범람·지하공간 침수·산사태 등 집중 호우에 의한 인적·물적 피해다. 정부와 지자체는 치수 시설 정비 등 당장 필요한 조치를 서두르고, 산사태·제방 붕괴 위험 지역에 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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