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학교생태전환교육리포트] '도심 곳곳이 배움터' 런던습지센터와 홀랜드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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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학교생태전환교육리포트] '도심 곳곳이 배움터' 런던습지센터와 홀랜드파크

5. 빛나는 민관합작, 생태전환교육 선진국 런던

  • 승인 2024-07-02 17:37
  • 수정 2024-07-04 03:13
  • 신문게재 2024-07-03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영국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태동 국가다. 시민의 자발적 기부로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 소유로 보존하는 활동으로 전 세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영국은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단체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기후위기가 미래세대를 위협하는 오늘날 환경과 관련된 영역에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민간의 영역과 함께 영국 지방정부도 발맞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역별 자원과 특성을 활용해 민간이 조화를 이루는 식이다.

대전교육청의 체계적인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여정으로 지난 5월 영국의 수도 런던을 방문했다. 런던습지센터는 민간이, 홀랜드파크는 관(官)이 각각 주도해 만든 환경교육 현장이지만 그 모습과 가치엔 큰 차이가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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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습지센터 내 수달과의 대화 시간 영국 어린이들이 수달을 바라보고 있다.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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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에게 밥을 주고 있는 런던습지센터 사육사. /런던=임효인 기자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 WWT 런던습지센터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알려주고 싶어요. 자연을 사랑하는 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느끼는 것에 집중하게 합니다."



런던습지센터(London Wetland Center)의 학습 관리자(learning manager) 폴 로스톤(Paul Lawston)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환경교육은 사람과 자연의 연결로 귀결된다. 인간과 자연이 각각 분리된 것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런던습지센터를 방문한 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그의 일이자 보람이다.

2000년 문을 연 런던습지센터는 리치몬드 어폰 세임스구(區)에 위치한 13만 평 규모의 인공습지다.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강을 끼고 있는 이곳의 입지와 규모는 런던인에게 환경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기게 하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과거 인공 저수지였던 이곳은 정부가 아닌 세계최대 습지보전 시민단체 야생조류·습지트러스트 WWT(The Wildfowl & Wetlands Trust) 주도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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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습지센터. /런던=임효인 기자
5월 방문한 런던습지센터는 녹색 풀과 나무가 생기를 뿜어냈다. 오전 11시가 채 안 됐을 무렵 이곳을 찾은 남녀노소 방문객이 자연을 체험하고 있었다. 단체방문한 런던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작은 인공연못에 있는 생물들을 건져 올려 관찰했다. 도감으로 보던 생물을 직접 살펴보며 신기해했다.

습지센터 곳곳을 살펴보는 내내 단체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생물을 가까이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자체 제작한 캐릭터를 통한 스토리텔링 교육도 이뤄졌다. 2023년 한 해 동안 1만 2500명가량의 학생이 이곳을 방문했다.

폴은 "이곳에선 크게 두 가지 교육이 이뤄지는데, 하나는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과 관련 있는 과학이나 지리 시간에 이곳을 방문해 서식지, 환경교육, 기후변화,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배운다"며 "또 다른 것은 자유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이 얼마나 인간의 일부인지 알려주고 체험 위주로 자연 안에서 뛰어놀고 탐험하고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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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습지센터 내 마련된 관찰소에서 창문을 통해 내다본 소들. /런던=임효인 기자
하루 두 번 11시와 오후 2시엔 런던습지센터 내 살고 있는 수달(Otter)을 만날 수 있다. 사육사가 하루 두 번 먹이를 주는 시간을 이용해 수달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은 수달이 먹이를 받아먹을 때마다 감탄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런던습지센터를 방문한 아나(Anna)와 마이클(Michael) 부부는 "이곳에서 집까지 30분 정도 걸리는데 아이들과 놀 만한 공간을 찾다가 발견했는데 평화롭고 좋다"며 "자녀가 자연을 가까이서 접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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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와 아나의 아들이 수달을 바라보고 있다.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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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을 보고 있는 사람들.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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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습지센터 내에는 오리들만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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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목조 건물 안에서 바라본 동물들.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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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습지센터.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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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어린이가 창문 밖으로 습지와 새 등을 바라보고 있다. /런던=임효인 기자
들판으로 나가는 문을 통과하자 나무와 풀, 습지가 나왔다. 오리와 새들이 놀고 있는 습지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새나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2층 구조의 목조 건물엔 벽면에 난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았다.

폴은 "런던에 이런 광활한 자연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시민도 있다"면서도 "많이 유명하진 않지만 이곳에 온 사람들은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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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습지센터 교육 관리자인 폴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런던=임효인 기자
폴은 환경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절 식당에 갈 수 없었던 한 사람이 덥고 건조한 날씨에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다 다 타버리는 일이 있었다"며 "그 일로 도마뱀이 불 타 죽고 자연환경이 파괴됐다. 단 한 번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생물과 자연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릴 때 이런 곳(런던습지센터)에 와서 생명을 보고 살아 있다고 느낀 사람들은 어떤 판단을 할 때 함부로 하지 않는다"며 "살아 있다는 의식을 갖는다. 단순히 자연을 지키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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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습지센터 입구. /런던=임효인 기자
▲숲 공원서 배우는 자연, 홀랜드공원 생태센터

런던 왕립구 중 하나인 켄싱턴 첼시 왕립 자치구(RBKC)에 위치한 홀랜드공원(Holland park). 런던에선 도심 속 큰 공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홀랜드공원은 다른 공원보다도 특별하다. 흔히 생각하는 공원의 모습보단 숲에 가까운 모습과 일본식 정원이 동시에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지만 이곳을 생태전환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점이 타 공원과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다.

켄싱턴구는 2013년 9월 공원에 생태센터(Ecology Center)를 설립했다. 인근 학생과 주민이 자연을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역의 생태 자원을 교육으로 연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인근 학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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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드에코센터 실내 교육공간. /런던=임효인 기자
화창했던 5월 방문한 홀랜드공원에선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야외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일반 공원과 분리된 야외 공간에서 학생들은 흙과 나뭇잎을 밟으며 뛰어놀았다. 다양한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식용교육정원에서 먹는 것에 대해 탐구하기도 했다. 숲에서 진행되는 야외수업은 모두 6개 세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령에 따라 각각 다른 교육을 받게 된다. 자체적으로 공간만 대여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도 해 인근 학교나 유치원이 자주 찾고 있다. 실내 공간을 활용한 교육도 가능하다. 동식물 표본을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구비하고 있어 야외와 실내 공간을 병행한 교육이 이뤄진다.

이 지역에서 공원 전체가 교육의 장이면서 놀이터다. 공원 내 자리한 목재 놀이터엔 인근 유치원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나온 아이들이 뒤섞여 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주민 카트리나(Katerina)는 "내가 어릴 때부터 이곳에 와서 놀았고 어린 자녀도 좋아해서 자주 오고 있다"며 "여기 오면 다양한 것들이 있다. 생태센터도 있고 테니스도 즐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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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드공원 내 목조놀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런던 시민들. /런던=임효인 기자
공원을 친구 삼아 평생을 보낸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공원 투어를 해 준 교육 담당자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바위를 옮기는 등 공원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공원은 자연친화적으로 최신 기술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곳의 배수로 시스템은 비가 오면 빗물을 저장하고 콘크리트 밑이나 연못에 필요한 물을 보낸다. 자연으로 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다.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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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새들과 놀고 있는 어린이 /런던=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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