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세상에 도움되는 사람 되기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세상에 도움되는 사람 되기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24-07-02 10:05
  • 신문게재 2024-07-0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근찬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폭주하는 기차가 철로를 질주 중이다. 선로 위에는 5명의 사람이 묶여 움직일 수 없다. 기차가 그들을 향해 곧장 달려오고 있다. 당신은 기차 야드에서 조금 떨어진 레일변환기 옆에 서 있다. 이 레일변환기를 당기면 기차가 다른 선로로 전환된다. 하지만 옆 선로에 사람이 한 명이 죽게 된다.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른바 '트롤리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이 시나리오는 윤리학자를 수십년간 당혹스럽게 해 온 사고시험이다. 이 윤리적 문제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자원 배분과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에도 적용된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는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에도 같은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두 아이가 공을 뒤쫓아 자율주행 차량 앞으로 뛰어. 차량의 알고리즘은 아이들을 피하기 위해 반대 차로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빠르게 계산한다. 그러나 이 결정은 마주 오는 트럭과 충돌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이 경우 차량 주인의 사망 확률이 7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알고리즘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이런 사회윤리적 딜레마 상황은 시민 개인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효과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용을 부과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사항들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의 대표적인 것은 시민의 내는 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료다. 이를 활용해 정부는 시민의 행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한다.

시민들이 일상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적인 연례 행사인 수학능력시험 당일에는 수험생들의 시험에 방해되지 않도록 시험장 인근 지하철 시설물 검사 등 공사들은 일시 중지되고, 버스·택시의 경적, 급제동 등 소음 유발 행위를 자제하는 것이 요구된다.



구체적인 삶을 예로 들면, 양육과 부모 부양을 해야하는 이중돌봄(double burden of care)의 처한 시민의 삶을 개인적 몫으로 남겨둘 것인지, 사회와 국가의 과제로서 좀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지, 취약계층과 약자에 대한 보호를 어느 정도 사회와 국가에서 부담하는 지에 대한 과제도 관련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2권에서 덕성(탁월성)은 본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습관을 통해 완성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반복적으로 덕성을 행동함으로써 덕성이 길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성을 실천할 적절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동적으로' 덕을 행하는 습관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덕성은 동정심, 배려, 친절, 연민, 관대함 등이 있다. 우리 주변에는 바쁘지만 나눔 봉사와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활동을 권장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7월 6일 대전 동구 소제동 일대에서 대전 지역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된다고 한다. 중도일보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성 소수자 등 1000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행사 당일 마찰이 우려된다고 한다. 서울대출판문화원에서 2022년 출간된 '오늘을 넘는 아시아 여성'이란 책에는 성소수자가 된 자녀를 알고 처음에는 정신과에 가셔 치료받게 시도하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이후에는 성소수자 자녀를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평범한 엄마는 처음에는 자녀가 성소수자가 되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당혹스러웠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인다. 그 엄마는 행사를 찾아다니며 당사자들을 만나 얘기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외모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 내면이 보이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 시도율은 45~47%대로, 일반 청소년 자살 시도율 10% 전후에 비해 매우 높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을 가진 타인들과 살아가야 하는 시대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은 2014년 비즈니스위크지 기고에서 본인이 직접 커밍아웃했다. 우리들은 성소수자가 책임지고 만드는 스마트폰을 매일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