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흔들리는 '축구특별시' 대전의 미래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흔들리는 '축구특별시' 대전의 미래

심효준 경제부 기자

  • 승인 2024-07-02 10:05
  • 신문게재 2024-07-03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중도일보 심효준 증명사진
심효준 기자
최근 대전 체육계의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대전축구협회장의 갑질 논란일 것이다. 대전축구협회장이 평소 직원들을 향해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지난달 협회 내부 고발을 통해 확산했기 때문이다.

대전 축구 인프라를 이끌고 키우는 핵심 주체인 대전축구협회는 회장의 '갑질 및 사유화' 논란을 마주하면서, 현재는 사실상 행정 마비 상태다. 수십 년 간 업계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모두 떠나고, 그 자리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 빨리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대전축구협회가 주관하는 동호인 대회인 '2024 KFA 마스터스리그'가 현장에서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대회 현장에 경기를 위한 필수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경기가 취소된 것인데, 행정 공백이 미흡한 대회 준비를 야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전축구협회장은 불거진 논란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큰 틀에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추가수당 및 연차 보상·확대와 관련한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뒤에도 퇴사 직원들은 또 다른 트집을 잡으며 공개적인 비난을 일삼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회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경한 태도로 나서자 퇴사 직원들도 더욱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전시체육회를 통한 민원을 넘어 현재는 대전고용노동청, 스포츠윤리센터에도 '회장의 갑질 논란과 임금체불'에 대한 내용이 담긴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대전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종목단체 한 곳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실 대전축구협회 규모 정도면 지역의 수많은 종목단체 중에서 사정이 가장 나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일부 비인기 종목단체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대회의 개최 여부를 상반기가 지나갈 동안 미정으로 둔 곳도 있다. 사정이 열악할수록 불합리한 관행과 업무가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만큼, 더 큰 문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대전시체육회는 대전축구협회장의 '갑질 및 사유화' 의혹을 고발하는 공개 민원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답변 마감 기한을 미루고 있다. 늦어도 이번 주엔 답변을 마감하겠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선 문제를 키우지 않고 적당히 수습하기 위한 조치가 나올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나는 시체육회가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사실관계를 두고서는 면밀한 교차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종목단체의 현실과 구조적인 문제를 일부 고쳐내는 해답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회원 종목단체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시체육회가 이번 주 어떠한 답변과 후속 대응을 내놓을지에 따라 수많은 지역 종목단체의 미래가 뒤바뀔 수 있을 것이다. /심효준 경제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 석문스마트축산단지 조성 계획, 물 건너갔다
  2. 중구,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시설관리공단 이전추진
  3. 대전교육청, 학교 급식조리원 폐질환 대응책 '미비' 교육부 지침 기다리기만
  4. [대전학교생태전환교육리포트] '도심 곳곳이 배움터' 런던습지센터와 홀랜드파크
  5. 대전 대덕구 로하스 캠핑장 결국 폐쇄… 법적 공방까지 가나
  1. 저지대 농경지 배수장 용량미달 7곳… 일부 교량은 하천설계 미충족
  2. 이장우 대전시장 "국궁진력 자세로 일하자"
  3. 2일 새벽부터 내린 폭우에 대전·세종·충남 20건 비 피해 신고
  4. '항생제 안 드는' 카바페넴 내성 CRE '주의'… 대전서 1년새 38% 증가
  5. "교사 순직 인정 제도 개선해야" 교육계 목소리 잇달아

헤드라인 뉴스


항생제내성균 감염 주의… 대전서 1년새 38% 급증

항생제내성균 감염 주의… 대전서 1년새 38% 급증

대전에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항생제 내성균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 신고가 증가했다. 대전에서 2022년 대비 2023년 내성균 발생 신고가 38% 늘었고, 충남에서도 매달 100여 건씩 신고가 접수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3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항생제에 저항해 생존하고 증식하는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이하 CRE) 감염증 발생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CRE는 각종 질병에 항생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항생제 치료의 마지막 대안으로 여겨지는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대해서도 내성을 나타내는..

대전시의회 9대 후반기 의장 선출, 갈수록 평행선… 후반기 일정 차질 불가피
대전시의회 9대 후반기 의장 선출, 갈수록 평행선… 후반기 일정 차질 불가피

대전시의회 9대 후반기 원구성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일 이어진 2차 투표에서도 의장 선출에 실패해 원구성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에 나선 의장 후보를 중심으로 나뉜 국민의힘 의원단 내부의 입장차가 워낙 크고 서로 간 조율의 여지도 없어 보여 후반기 의사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의회는 3일 제280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어 의장 후보로 등록한 김선광 의원(중구2·국민의힘)에 대한 2차 투표를 진행했다. 앞선 6월 26일 본회의에서 진행된 1차 투표에선 찬성 11표,..

대전시, 양자컴퓨팅 소부장 생태계 육성 주력
대전시, 양자컴퓨팅 소부장 생태계 육성 주력

대전시가 '양자컴퓨팅 소부장 스케일업(Scale-up) 밸리' 육성에 본격 나선다. 대전시는 3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 주관으로 KRISS 대전 본원에서 양자컴퓨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양자컴퓨팅 소부장 스케일업 밸리 협의체'를 출범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KRISS를 비롯해 과학기술연결플랫폼사회적협동조합(POSEP), LG전자, Pasqal, Quandela, MKS, Withwave, SDT, 한국과학기술지주,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 국내외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기관 25곳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회 의장 선출 또 불발…의사일정 차질 불가피 대전시의회 의장 선출 또 불발…의사일정 차질 불가피

  • 긴 접속 대기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100만 명 돌파 긴 접속 대기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100만 명 돌파

  • ‘성추행 의혹 대전시의원은 즉각 사퇴하라’ ‘성추행 의혹 대전시의원은 즉각 사퇴하라’

  • 대전역에서 만나는 꿈돌이 대전역에서 만나는 꿈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