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준 기자 |
대전 축구 인프라를 이끌고 키우는 핵심 주체인 대전축구협회는 회장의 '갑질 및 사유화' 논란을 마주하면서, 현재는 사실상 행정 마비 상태다. 수십 년 간 업계에 몸담았던 직원들이 모두 떠나고, 그 자리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 빨리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대전축구협회가 주관하는 동호인 대회인 '2024 KFA 마스터스리그'가 현장에서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대회 현장에 경기를 위한 필수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경기가 취소된 것인데, 행정 공백이 미흡한 대회 준비를 야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전축구협회장은 불거진 논란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큰 틀에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추가수당 및 연차 보상·확대와 관련한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뒤에도 퇴사 직원들은 또 다른 트집을 잡으며 공개적인 비난을 일삼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회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경한 태도로 나서자 퇴사 직원들도 더욱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전시체육회를 통한 민원을 넘어 현재는 대전고용노동청, 스포츠윤리센터에도 '회장의 갑질 논란과 임금체불'에 대한 내용이 담긴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대전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종목단체 한 곳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실 대전축구협회 규모 정도면 지역의 수많은 종목단체 중에서 사정이 가장 나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일부 비인기 종목단체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대회의 개최 여부를 상반기가 지나갈 동안 미정으로 둔 곳도 있다. 사정이 열악할수록 불합리한 관행과 업무가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만큼, 더 큰 문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대전시체육회는 대전축구협회장의 '갑질 및 사유화' 의혹을 고발하는 공개 민원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답변 마감 기한을 미루고 있다. 늦어도 이번 주엔 답변을 마감하겠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선 문제를 키우지 않고 적당히 수습하기 위한 조치가 나올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나는 시체육회가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사실관계를 두고서는 면밀한 교차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종목단체의 현실과 구조적인 문제를 일부 고쳐내는 해답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회원 종목단체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시체육회가 이번 주 어떠한 답변과 후속 대응을 내놓을지에 따라 수많은 지역 종목단체의 미래가 뒤바뀔 수 있을 것이다. /심효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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