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리튬의 원소번호는 3번, 수소, 헬륨 다음이다. 질량수가 6과 7인 동위원소를 가지고 있어 질량수 6의 리튬은 핵융합, 수소폭탄 등의 군사적 이유로 냉전시대까지는 비축했던 원소였던 모양이다. 질량수 7의 리튬이 92% 이상으로 거의 대부분이다. X세대 연배의 독자라면 기억할 텐데, 예전에 '7Up'이란 청량 음료가 있었다. '7Up' 의 7은 질량수 7인 리튬을 소량 첨가했다는 의미로, 실제로 리튬이 의학적으로는 우울증, 조현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기분을 정말로 up(?) 시켜주는 효과를 어필하고 싶었던 상품명인가 싶다. (필자가 직접 미국 리튬 제조회사의 역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초창기 '7Up'병을 보고 들었던 일화임) 이렇듯 사람의 기분을 달래주는 역할도 하는 리튬이지만 제일 가벼운 금속으로 주기율표 1족의 알칼리 원소 특유의 수분과의 엄청난 반응성을 자랑한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일차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안타깝게도 20명이 넘는 인명이 희생되면서 리튬배터리의 위험성이 사람들을 놀래 켰다. 사고 발생과정을 CCTV로 확인하고, 언론에 발표되는 수습 절차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군용 리튬일차전지의 사고는 2019년 12월 육군 군수사령부의 종합보급창 폭발을 비롯하여 1년간 4번의 화재가 반복되자, 온·습도 관리, 감지시스템 등 대책을 수립하여 안정화 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사고의 교훈은 납품 군수업체까지는 전파되지 않았던지, 이전과 판박이처럼 화재 며칠 전 비가 오고, 리튬의 특성상 초기 진압이 더디어 피해규모를 키운다. 더군다나 이번 사고 희생자 중 대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로 불법 파견, 고용, 산재 보험 가입 여부, 외국인 인권문제까지 법적으로 엄정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고를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는 중국 언론에서는 물론 중국인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의미도 있겠지만, 리튬일차전지와는 다른, 전기차의 안전성을 거론하며 한국의 이차전지 기술을 폄훼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에서 이번 화재 사건을 다보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로이터, CNN,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이를 여과없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자사 전지의 안전기술을 자신하는 듯하니 지켜볼 일이다.
필자의 이전 컬럼(2021년12월 'K-Battery와 배터리 삼국지')에서 동북아 한중일 3국의 이차전지를 둘러싼 기술과 시장경쟁을 다뤘지만, 전동화·무선화로 대변되는 미래산업변화에서 배터리의 기술경쟁의 중요한 한 축(軸)은 안전한 배터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리튬이차전지업체인 Sony(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 Panasonic 오사카부 모리구치시), LG엔솔(당시 LG화학 충북 오창, 삼성SDI 충남 천안)는 2~30여 년 전 제조공장이 위치한 각 지역에서 거의 모든 소방차를 불렀던 화재 사건의 경험자들이다. 격언 중에 '현명한 자는 책으로부터 배우고, 우둔한 자는 경험으로부터 배운다'라고는 하지만, 경험만큼 효과적인 학습법도 없고, 정말 최악은 경험하고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리라. 자연이 내려준 리튬의 속성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리튬을 사용하는 인간이 학습과 경험을 통해 제어할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리튬배터리의 안전한 제조와 사용을 목적으로 한 학습과 경험이 축적된 기술을 바탕이 되고 기본적인 수칙이 지켜진다면 확보될 안전성이겠지만, 회사나 개인의 욕심이 법망을 피해서 기본을 어그러뜨리면, 화재(火災)든 인재(人災)든 언제나 재앙은 찾아온다. 그게 어디 리튬배터리 만의 경우이겠는가!
리튬이라는 곡을 작사, 작곡했던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리튬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었을까? 기술적으로 리튬배터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겠지만 웬지 음악을 듣다 보면, 세상사 어느 사물이나 현상이든 가질 수 밖에 없는 양면성을 노래하는 느낌은 필자만의 것일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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