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정문 앞 학교 급식실 인력충원 등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
2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급식 조리원 대상 폐질환 관련 검진 지원은 마련된 것은 없다. 대전교육청은 급식실 근무환경과 폐암의 상관성에 대한 교육부의 지침을 받은 바 없다며 폐암 검진 지원에 머뭇거리는 상황이다.
앞서 2022년 하반기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인 학교 급식조리원들의 폐암 발병률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조리원의 폐암 검진 등 지원에 있어 자체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업무와 폐암의 상관관계가 밝혀져야 본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가 지연되고 있어 TF팀을 통해 자체적인 지원기준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조리원들은 대전교육청의 별다른 지원책 없는 형국에 불안감을 느끼고 학교 급식실을 떠나는 상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전 내 학교 조리원들의 중도 퇴사 비율은 2020년 116명 중 36명(31%), 2021년 163명 중 51명(31.3%), 2022년 157명 중 66명(42%)이다.
현재 교육청은 교육공무직원을 대상으로 건강검진비 20만 원과 맞춤형 복지비 65만 원을 모든 직종에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다. 조리원들은 조리흄 등에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건강 관련 위험도가 높아 추가 지원금이나 주기적인 건강검진 등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전교육청은 건강검진비와 맞춤형 복지비로 충당하라는 내용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이하 대전학비노조) 측에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전학비노조는 대전교육청이 교육부의 전수조사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조리원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부산·경북·전북교육청 등 타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급식조리원 폐암 검진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2023년 '전북교육청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부터 2년마다 정기적인 폐암 검진을 지원한다. 전남교육청도 2023년 동일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조리원들은 급식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를 위해 건강검진에 나서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법적으로 보장된 병가가 있지만 대전은 대체 인력풀이 없어 조리원들이 직접 대체 인원을 구하거나 학비노조 측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양희 학비노조 대전지부장은 "맞춤형 복지비는 생계 쪽에 해당하는 지원인데 조리원들은 병원 진료비로 다 사용하고 있다"며 "처우도 열악한데 건강에 대해 불안감도 있어 일단 사비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대전교육청은 "급식실 환경과 폐암에 대한 상관성이 있다는 기준하에 움직이고 있지만 검진 지원 등에 예산 편성이 어려워 위축돼 보일 수 있다"며 "폐암 뿐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 관련 내용도 전문기관에 위탁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결과가 나온 후 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수조사와 상관없이 여러 시도교육청이 조리원 폐암 검진 지원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며 "TF팀 회의를 통해 일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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