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대전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 이주근로자 김명걸(57) 씨는 최근 경기도 화성에 발생한 '아리셀 공장 참사'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 같은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의 한 플라스틱 재활용 회사 공장 기술팀에서 근무하는 그는 몇 년 전, 오른손에 낀 장갑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 손가락 대부분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날 사고로 두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을 한마디씩 잃었고 중지는 아예 없는 상태다. 당시 공장 기계 일부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는데, 기계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안전커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기계 벨트에 장갑이 끼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이보다 앞서 김 씨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용접 불꽃이 귀 부분으로 튀어 다쳤고, 5년 전 가까스로 수술을 받아 청력을 일부 회복하는 중이다. 그러함에도 그는 대전이 좋아,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귀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아리셀 공장 참사 같은 일이 외국인 근로자로서 저와 제 주변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라며 "지금도 제가 사고를 당한 당시를 생각하면 설움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 안전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충북 음성군에 거주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 루완(48) 씨는 중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산재 사고를 당한 같은 국적의 외국인노동자 지인 A 씨의 사례를 설명하며 보이지 않는 차별을 호소했다. 충북의 인조대리석을 만드는 공장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9개월 전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넘어져 발목과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A 씨가 다리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그가 다니는 회사는 그에게 더는 회사 기숙사에 머물 수 없다며 퇴거를 통보해왔다고 한다. 3개월간 입원 후에도 병원을 왕래하며 치료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유일한 주거지였던 회사 기숙사에서 다른 직원들 숙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쫓겨나듯 나오게 되면서 난감한 일이 있었다는 것.
루완 씨는 "A 씨가 갈 곳이 없어 친구 집에 머무르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 도움 줄 친구가 없었다면 더 어려워질 뻔 했다"며 "아직 산재 치료 중으로 회사에서 해고할 수는 없겠지만, 기숙사마저 퇴거를 요구한 마당에 치료 끝나고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 아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과 통역을 돕는 필리핀인 잘리 씨는 "대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다닐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모르고,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환경에서 근로하는지 관리기관의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