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참사, 남 일 같지 않아요"… 충청권 이주노동자들의 설움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외국인노동자 참사, 남 일 같지 않아요"… 충청권 이주노동자들의 설움

중국 국적 김명걸 씨 손가락 상당수 잃은 산재사고 겪어
전에는 용접 불꽃 사고로 청력 어려움도 "지금도 설움"
스리랑카 이주근로자 산재 치료 중 회사 기숙사 강제 퇴거
"입국 이주근로자 근로환경 모니터링 필요" 제안 나와

  • 승인 2024-06-30 16:47
  • 수정 2024-06-30 17:37
  • 신문게재 2024-07-01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노동자 부상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막 눈물 나더라고…, 꿈을 품고 타국 땅에 와서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온 것일 텐데, 너무 안타까워서 뉴스를 보고 한참 울었어요."

대전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 이주근로자 김명걸(57) 씨는 최근 경기도 화성에 발생한 '아리셀 공장 참사'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 같은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의 한 플라스틱 재활용 회사 공장 기술팀에서 근무하는 그는 몇 년 전, 오른손에 낀 장갑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 손가락 대부분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날 사고로 두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을 한마디씩 잃었고 중지는 아예 없는 상태다. 당시 공장 기계 일부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는데, 기계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안전커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기계 벨트에 장갑이 끼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이보다 앞서 김 씨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용접 불꽃이 귀 부분으로 튀어 다쳤고, 5년 전 가까스로 수술을 받아 청력을 일부 회복하는 중이다. 그러함에도 그는 대전이 좋아,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귀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아리셀 공장 참사 같은 일이 외국인 근로자로서 저와 제 주변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라며 "지금도 제가 사고를 당한 당시를 생각하면 설움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 안전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충북 음성군에 거주하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 루완(48) 씨는 중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산재 사고를 당한 같은 국적의 외국인노동자 지인 A 씨의 사례를 설명하며 보이지 않는 차별을 호소했다. 충북의 인조대리석을 만드는 공장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9개월 전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넘어져 발목과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A 씨가 다리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그가 다니는 회사는 그에게 더는 회사 기숙사에 머물 수 없다며 퇴거를 통보해왔다고 한다. 3개월간 입원 후에도 병원을 왕래하며 치료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유일한 주거지였던 회사 기숙사에서 다른 직원들 숙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쫓겨나듯 나오게 되면서 난감한 일이 있었다는 것.



루완 씨는 "A 씨가 갈 곳이 없어 친구 집에 머무르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 도움 줄 친구가 없었다면 더 어려워질 뻔 했다"며 "아직 산재 치료 중으로 회사에서 해고할 수는 없겠지만, 기숙사마저 퇴거를 요구한 마당에 치료 끝나고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 아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과 통역을 돕는 필리핀인 잘리 씨는 "대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다닐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모르고,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환경에서 근로하는지 관리기관의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사랑메세나, 와인푸드페스티벌에 다문화가족들 초대
  2. 대전학하초 이전 개교, 아파트 입주보다 뒤로… 학생 전학 등 혼선 우려
  3. 2024년 3분기 중도일보 우수기자상, 사회과학부·경제부 '공동대상'
  4. 재건축서 제척된 노후주택 10여세대 덩그러니…원주민 피해 '심각'
  5. 대전기상청, 농업기후달력 제작해 농민들 배포
  1. [부고]김세영 목요언론인클럽 고문 본인상
  2. 국가위성정보 개방·재난재해 대비에 이용한다… 2회 국가우주위 열려
  3. [사설] 체류형 쉼터·농막 설치 완화, 좋은 방향이다
  4.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5. [사설] 의료진 헌신이 빚은 '하늘이의 기적'

헤드라인 뉴스


계곡 구덩이에 켜켜이… 대전 골령골 학살유해 또 발굴

계곡 구덩이에 켜켜이… 대전 골령골 학살유해 또 발굴

대전 골령골의 한 과실수 농장을 이전한 곳에서 6·25전쟁 때 우리군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유해가 또다시 발견돼 발굴조사를 벌였다. 진실화해위원회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10월 7일부터 골령골 2학살지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20~30명에 이르는 유해를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골령골 2학살지 현장은 1학살지 추모비가 있는 곳에서 500m가량 떨어진 산비탈인데 과거에는 물이 흐르는 계곡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최근까지 블루베리 과실수 농사를 짓던 곳으로 농장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면에서 신체..

“혁신도시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위해 정치권이 물꼬 터줘야”
“혁신도시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위해 정치권이 물꼬 터줘야”

“혁신도시 2차 공공기관 이전사업은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에 피하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도 못했고, 윤석열 정부도 실행을 못 하고 있죠” ‘윤석열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사업을 사실상 폐기한 것 아니냐’는 중도일보의 질문에 대한 박형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부산시장)의 대답이다.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마련한 대통령실 지역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다. 박 회장은 “이거(2차 공공기관 이전) 던지는 순간, 지역마다 ‘이거 와야 한다, 저거 와야 한다’며 싸움이 일어날 게 뻔하고, 그 싸움을 감당할 정..

금융권 `총 400조 규모 퇴직연금 고객 잡아라`…실물이전 서비스 31일 개시
금융권 '총 400조 규모 퇴직연금 고객 잡아라'…실물이전 서비스 31일 개시

보유하고 있는 퇴직연금 상품을 해지 비용 없이 다른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31일부터 시작된다. 약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시장에 풀리는 것으로, 은행과 증권사들은 고객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29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높이고, 사업자들의 경쟁을 통한 수익률 개선을 위해 도입했다.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 해지에 따른 비용과 환매 및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화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 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 공동주택 화재 인명구조 훈련 공동주택 화재 인명구조 훈련

  • 대전 도안 갑천 생태호수공원의 웅장한 자태…‘내년 3월에 만나요’ 대전 도안 갑천 생태호수공원의 웅장한 자태…‘내년 3월에 만나요’

  • 의대생 휴학에 가운만 놓인 의과대학 강의실 의대생 휴학에 가운만 놓인 의과대학 강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