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
수년이 지난 후 이 전두엽을 자극하는 상황들이 일상생활에 만연해지고 있다. 최근 광고나 SNS를 보면 "도파민 터지는, 도파민 대폭발" 등등 도파민이란 단어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신경계통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한 종류인 도파민은 다양한 작용을 하지만 특히 전두엽에서 문제해결, 감정, 추리, 주의집중, 기억, 의사결정과 충동제어 조절을 담당한다. 흔히들 전두엽의 활동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도 한다, 이에 도파민의 적절한 분비와 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퇴행성 질환의 하나인 파킨슨병의 경우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운동능력을 서서히 잃게 되기도 한다.
도파민 분비는 특정한 행동에 대해 즐거움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맛있는 음식, 성적 쾌락, 약물과 같은 외부자극에 의해 도파민 분비로 보상을 받게 된다,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파민 분비가 무슨 문제란 말인가? 정상적인 도파민 분비는 당연히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도파민 중독이다.
필자는 몇 주 전에 TV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입상한 가수들의 콘서트를 관람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현란한 무대 매너를 즐기며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훌륭한 콘서트였다. 콘서트 중에 앞줄에 앉아 계신 중년의 여성 관객이 어찌나 호응을 잘하시는지 누가 봐도 콘서트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았다. 그런데 공연 중에 어둠을 뚫고 나오는 휴대폰의 화면의 불빛이 계속 거슬려서 보니 아까 그 공연을 열심히 즐기시던 여성관객이 휴대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문자나 통화가 오는가 했는데 다시 보니 SNS의 숏폼 콘텐츠를 보고 있었다. 순간 약간의 혼란이 왔다. 이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즐기면서도 숏폼 콘텐츠를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또 길을 걷다 보면 주변의 상황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휴대폰 화면만 보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지하철에서도 그렇고 다들 휴대폰 이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유튜브같이 10분 내외의 콘텐츠를 소비하던 것이 최근에는 더 짧게 1분 이내로 줄인 형태가 유행이다. 한번 숏폼을 보게 되면 한두 시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백 편의 자극적인 영상 시청으로 이어진다. 정말 도파민 대폭발이다.
숏폼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축약된 형태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새로운 형태이지만, 사용자가 숏폼에 중독된다는 것은 우리 뇌도 도파민에 절여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도파민 디톡스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강제로라도 모바일기기를 분리해서 자극을 줄이고 뇌의 평안을 꾀하자는 것이다. 스마트기기가 출현하기 전에는 나름 책도 읽고 신문도 부스럭거리던 우리들이 몇십 초짜리 영상에 환호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요한 양 이상의 도파민은 우리를 둔감하게 만들고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하며 결국은 무기력하게 만든다.
최근에 멍때리기 대회가 성황리에 마쳤다는 기사를 보았다. 멍때리기 대회가 국제대회도 있다고 해서 과연 영어로 멍때리기가 뭘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space out competition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예전 같으면 멍때린다고 등짝을 한 대 맞았겠지만, 지금은 멍을 잘 때리면 상도 받고 뉴스에도 나온다. 바쁘고 정신없고 분주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가끔은 멍을 때리는 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도파민에 절여진 우리의 뇌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방법은 어렵지 않다.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가끔은 스마트폰을 살짝 내려놓고 볕 좋은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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