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
다시 그때로 기억을 되돌려본다. 교권보호를 위한 정책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하고 9·4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교육청과 교사들의 갈등도 격화됐다. 당시 대전교육청은 각 학교에 공문을 통해 공교육 멈춤의 날 멈추지 말 것을 요구했다. 교육감이 적극적 지지를 보인 타 시도와과 달리 대전은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다음 날인 5일 선생님은 쓰러진 채 발견됐고 7일 사망했다.
15일 선생님의 추모제가 열렸다. 비가 내렸고 현장에 온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많은 사람들이 고인이 된 선생님을 애도했다. 27일 대전교육청이 밝힌 진상조사에선 선생님의 고통이 정량화돼 드러났다. 학부모 2명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아동학대 신고를 비롯해 16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은 이를 알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관리자 4명도 책임이 있다며 징계위원회를 통해 징계 조치했다. 다만 개인정보를 이유로 이 관리자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족은 2023년 12월 대전교육청을 통해 사망한 선생님의 순직을 신청했다. 교육활동 중 어려움을 겪다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기 때문으로 당연한 수순이다. 그로부터 6개월여가 지난 6월 19일 순직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고 25일 마침내 기다리던 순직 인정 소식을 듣게 됐다. 순직 인정이 고통의 끝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겪은 고통의 시간을 국가가 인정했다는 차원에서 참 잘된 일이다.
고인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순직 인정 결정 하루 만인 26일 경찰 수가 결과가 알려졌다. 앞서 2023년 10월 유족과 교육청은 각각 가해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폭넓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수사 대상자들의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내용을 발견할 수 없어 불송치 결정을 했다고 한다. 서울서이초 교사 사망이 순직 인정을 받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된 것과 같다. 순직 인정 결과와 상반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영 찝찝함이 남는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고인의 순직 결정 이후 유족은 교원노조를 통해 "이번 결과가 지금도 아파하고 계실 전국의 선생님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길 바라는 마음은 이 사건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마음과 같을 테다. 부디 그곳에선 편안하시길, 다시 한번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임효인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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