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성 씨 빵집과 건물주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성 씨 빵집과 건물주

방원기 경제부 차장

  • 승인 2024-06-24 10:10
  • 수정 2024-06-24 15:07
  • 신문게재 2024-06-25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편집국에서 사진
방원기 경제부 차장
건물에 세 들어 빵을 파는 성 씨는 요즘 들어 고민이 많다. 저렴하고 맛있는 빵이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문전성시인데 성 씨는 머리를 싸맨다. 건물주가 월세를 갑자기 4배를 더 내란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한숨이다. 4배를 안 내면 더는 연장이 안 된단다.

성 씨의 빵을 좋아하던 주변인들은 다들 혀를 찼다. 장사가 안될 땐 월세를 깎아주던 것도 아닌데 건물주가 너무한 거 아니냐며 타박한다. 건물주는 10월까지만 장사를 하게 해주겠다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비싸진 월세에 누구 하나 선뜻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 건물주는 수년 전에도 부산에서 어묵집을 상대로 성 씨네 빵집처럼 똑같이 가격을 올렸다. 어묵집은 2년 8개월간 손님들로부터 맛있는 어묵이란 칭호를 받으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감당이 안 되는 월세 탓에 결국 셔터를 내렸다. 성 씨네 빵집도 같은 절차를 앞두고 있다. 성 씨는 세입자를 찾는 건물주에게 기존과 같은 월세를 내고 장사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주는 그건 안 된다며 성 씨와 계약이 끝난 4월부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좀처럼 세입자가 들어올 기미가 안 보이자 막판엔 30%까지 월세를 깎아줬다. 그러나 4배 인상된 월세에서 30%가 깎인다 한들 선뜻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성 씨는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10월까지 고민해보고 안 되면 다른 해법을 찾아봐야겠다고 했다.

건물주도 할 말은 있다. 이 건물엔 여러 세입자가 같이 있는데, 모두 월 매출의 17%를 월세로 산정해 최저로 받고 있다고 했다. 월세를 4배나 받는 악덕 업주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약속한 규정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건물주는 결국 규정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알 사람은 아는 성심당 대전역점과 코레일유통의 몇 개월간의 이야기다. 성심당은 대전역점에서 월 1억원을 내며 성실하게 세입자의 역할을 해왔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유통이 성심당에만 임대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계약이 만료되자 4배가 넘는 4억 4100만원으로 월 수수료를 올려버렸다. 연간으로 따지면 12억원에서 53억원에 달하는 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월 매출이 25억 9800만원의 17%를 임대료로 책정됐다. 모든 상업시설에 적용하는 같은 기준으로 하는 입찰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코레일유통은 공기업이란 점에서 국정감사에서 나온 특혜라는 지적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로 들었던 어묵집인 삼진어묵도 월 수수료 인상에 떠나갔다. 삼진어묵은 부산의 향토기업이다. 성심당도 대전의 고유명사처럼 자리하고 있다. 삼진어묵이 철수한 자리엔 타 지역 업체가 들어섰다. 성심당 대전역점도 월 수수료 봉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코레일유통이 갈등관리연구기관을 통해 성심당과의 월 수수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고 하니 원만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