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경제부 차장 |
성 씨의 빵을 좋아하던 주변인들은 다들 혀를 찼다. 장사가 안될 땐 월세를 깎아주던 것도 아닌데 건물주가 너무한 거 아니냐며 타박한다. 건물주는 10월까지만 장사를 하게 해주겠다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비싸진 월세에 누구 하나 선뜻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 건물주는 수년 전에도 부산에서 어묵집을 상대로 성 씨네 빵집처럼 똑같이 가격을 올렸다. 어묵집은 2년 8개월간 손님들로부터 맛있는 어묵이란 칭호를 받으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감당이 안 되는 월세 탓에 결국 셔터를 내렸다. 성 씨네 빵집도 같은 절차를 앞두고 있다. 성 씨는 세입자를 찾는 건물주에게 기존과 같은 월세를 내고 장사하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주는 그건 안 된다며 성 씨와 계약이 끝난 4월부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좀처럼 세입자가 들어올 기미가 안 보이자 막판엔 30%까지 월세를 깎아줬다. 그러나 4배 인상된 월세에서 30%가 깎인다 한들 선뜻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성 씨는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10월까지 고민해보고 안 되면 다른 해법을 찾아봐야겠다고 했다.
건물주도 할 말은 있다. 이 건물엔 여러 세입자가 같이 있는데, 모두 월 매출의 17%를 월세로 산정해 최저로 받고 있다고 했다. 월세를 4배나 받는 악덕 업주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약속한 규정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건물주는 결국 규정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알 사람은 아는 성심당 대전역점과 코레일유통의 몇 개월간의 이야기다. 성심당은 대전역점에서 월 1억원을 내며 성실하게 세입자의 역할을 해왔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유통이 성심당에만 임대료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계약이 만료되자 4배가 넘는 4억 4100만원으로 월 수수료를 올려버렸다. 연간으로 따지면 12억원에서 53억원에 달하는 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월 매출이 25억 9800만원의 17%를 임대료로 책정됐다. 모든 상업시설에 적용하는 같은 기준으로 하는 입찰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코레일유통은 공기업이란 점에서 국정감사에서 나온 특혜라는 지적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예로 들었던 어묵집인 삼진어묵도 월 수수료 인상에 떠나갔다. 삼진어묵은 부산의 향토기업이다. 성심당도 대전의 고유명사처럼 자리하고 있다. 삼진어묵이 철수한 자리엔 타 지역 업체가 들어섰다. 성심당 대전역점도 월 수수료 봉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코레일유통이 갈등관리연구기관을 통해 성심당과의 월 수수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고 하니 원만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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