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그렇게 세상을 힐끔거리다 보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얘기들이 넘쳐난다. 연예인들의 사생활 얘기, 정치적 쏠림이 큰 기사들, 요동치는 주식시장, 나와 관계없음에도 내 일같이 느껴지는 부동산시장 동향들, 모두가 뿌리치기 힘든 관심거리다. 영락없이 광고가 달리고 읽는 순간부터 낚였다고 씁쓸해하면서도 거절 못 하다가 선한 공감과 의협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사에는 허무가 참여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미담을 전하는 얘기가 그렇고 공익을 위한 고발 기사가 그렇다. 그중 하나가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배달기사가 음식을 배달한 후, '맛있게 드시고 또 주문해주세요?'라는 문자를 남겼는데 문장의 끝에 남긴 물음표가 화근이었다. 문장을 맺으며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는데 갤럭시폰의 이모티콘이 아이폰에서 물음표로 둔갑한 것이다. 주문한 사람은 환불을 요구하며 평점 테러를 가했고, 가게 사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는 사연이다. 호환이 안 되는 시스템 문제로 "아! 그랬군요."라고 웃고 넘어갈 사안이라고 생각할 법한데,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기분이 나쁘니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맘껏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뭐가 그리 이 사람을 이토록 화나게 했을까?
이와 비슷한 사연은 자주 목격된다. 손님이 바닥에 버린 술을 닦았다고 기분이 상했다며 가게를 망하게 하겠다고 윽박지르질 않나, 옆자리 손님 가방에 자녀가 음식물을 쏟는 실수를 범하자 고가의 가방을 사내라고 억지를 부리질 않나……. 급기야는 진상손님에 대처하는 법까지 공유하는 사이트가 운영될 정도다. 음식점에서의 사연은 너무 많아 식상한 정도인데, 이런 일들은 사회 전반으로 만연하는 듯하다. 학교에서의 생활지도를 자녀 말만 듣고 학교폭력으로 선생님을 몰아세워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일도 일어났다. 모든 사건에는 그에 이르는 사정과 정황이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흥분하고 공분을 쏟아낸다. 여기에 언론은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자극적 기사를 쏟아내며 수익성 광고를 곁들인다.
이런 현실은 소위 공인에 속하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이다. 사실이야 어찌 됐든 간에 자극적 기사들로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 국민적 밉상으로 찍힌다. 시간이 지나면 사건에 관한 관심이야 시들해지게 마련이지만 한번 만들어진 부정적 이미지는 쉽게 씻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상대를 적으로 삼아 무너뜨리려 혈안이 되어 공격에 열을 올린다. 싸움은 더 격화하고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사회는 점점 더 싸움 구경을 위해 이런 상황을 심화하고 고도화한다. 그저 대상으로 지목받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히지 않게 몸을 사릴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공격의 상대가 내가 될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왜 세상이 이리되었는지 원인을 숙고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승자가 독식하고 패자는 낙오하는 무서운 사회를 경계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지켜주지 못하고 각자도생으로 내몰 때 살아남기 위해 개인은 과민해지고 신경증으로 별거 아닌 시비에 몰두한다. 정치와 언론은 사소한 싸움을 부채질하여 이득을 꾀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국민은 영부인의 명품백과 기내식에 관심이 없다. 그저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세상이 평안하길 바랄 뿐이다. 사회가 너무 과민해 있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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